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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조국, 직권남용 맞지만 구속할 정도는 아니다” 법원의 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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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수사에 ‘명분’

“감찰 중단 결과 법치주의 후퇴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 저해”

구속은 필요 없다고 판단

증거 확보 등 수사 상당히 진행

부부 동시 구속도 부담 느낀 듯

검 “실체적 진술 밝히는 데 최선

추가 수사 뒤 영장 재청구 검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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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유재수 감찰 중단’ 혐의로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27일 새벽 기각하면서, 조 전 장관 관련 검찰 수사가 한 매듭을 짓게 됐다. 아직 구속영장 단계이긴 하지만, 120일 넘게 진행한 뒤 청구한 조 전 장관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은 ‘조국 구속’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루지 못한 셈이 됐다. 그러나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조 전 장관이) 직권 남용으로 법치주의를 후퇴”시켰고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혀, 검찰도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게 됐다. 결국 검찰은 조 전 장관 수사의 ‘명분’을 인정받고, 조 전 장관은 불구속이라는 ‘실리’를 취한 것이라고 법조계에서는 해석했다.

조 전 장관 쪽은 이날 오후 “영장 기각은 당연한 결과이고 환영한다”며 “현재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한 판단이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장 재청구 가능성과 관련해 검찰 핵심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한 뒤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감찰 중단은 직권남용·법치주의 후퇴”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권덕진(50)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꽤 긴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함부로 중단시키고, 금융위원회에 ‘유재수의 사표를 받으라’고 통보해 자체 감찰·징계 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권 판사 앞에서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이를 마친 권 판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혔다. 또 기각 사유 원문 외에 따로 언론에 공지한 ‘보도자료’에서는 “(조 전 장관의)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고 적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시 감찰 중단이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준 셈”이라며 “검찰 수사가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평했다.

“부인 구속돼 재판 중…증거인멸 염려 없다”

권 판사는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됐다면서도 구속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영장 기각 사유로는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점을 들었는데, 몇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우선은 전직 장관이라는 그의 사회적 지위와 가족 관계, 특히 “배우자(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점”을 꼽았다. 부부의 혐의가 별개라 해도 ‘동시 구속’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별건이라 해도 부부 동시 구속의 부담을 재판부가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판사는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에도 주목했다. 검찰이 이미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다수 관련자의 진술과 증거 등을 확보한 상태인 만큼 조 전 장관을 굳이 구속하지 않아도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감찰 대상인 유재수 전 국장의 사표를 받았고, 조 전 장관이 사적 이익을 위해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게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저렇게 자세히 기각 사유를 나열한 것은 ‘영장을 재청구하지 마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엔 ‘죄질이 좋지 않다’, ‘법치주의 후퇴’, ‘공정한 국가 기능 행사 저해’ 등이 기각 사유문에 있는지 논란이 일었다. 권 판사가 기각 사유를 자세히 적은 ‘원문’을 축약해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표현을 바꾸었는데, 이 두 자료가 모두 언론에 공개되면서 진위 논란이 인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써놓고 영장을 기각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고, 고법 부장 출신 변호사는 “기각 사유문이 판결문 같은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검찰,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검찰이 한번 기각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죄질이 안 좋다’고까지 (보도자료에) 적으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은 향후 영장 발부가 쉽지 않다는 뜻”이라며 “‘하명 수사’ 의혹 등 (조 전 장관에 대한) 새로운 범죄사실이 추가돼야만 영장 재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한 ‘조국 일가’ 관련 수사의 결론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와 그의 5촌조카, 동생 등을 재판에 넘겼고, 현재 조 전 장관에 대한 형사처분만 남긴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가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희철 박준용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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