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경영진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두 금융사 지배구조의 향방이 사실상 금융당국 제재에 달리게 됐다.

손태승(左), 함영주(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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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6일 두 은행에 전달한 사전 통지문을 통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은행장 겸임)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문책경고는 해임권고·정직 다음으로 강한 징계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게는 경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의 또는 주의적 경고가 경징계에 해당한다. DLF를 판매한 시점의 은행장이 지 행장이 아닌 함영주 부회장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징계수위가 달라졌다.

DLF 사태는 우리·KEB하나은행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한 해외 채권금리 연계 DLF가 무더기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사건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은행 창구의 불완전 판매와 함께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났다. 지난 5일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대표 피해사례 6건에 대해 은행이 피해금액의 40~80%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새로 맡을 수는 없다. 최종 징계 수위는 다음달 16일 열릴 제재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융감독원장이 결정하면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확정된다.

우리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 모두 경영진 중징계가 결정되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험이 적지 않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행장 임기는 내년 12월이다. 금감원 사전통지대로 문책경고가 최종 확정되면 손 회장의 연임은 힘들어진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현 김정태 회장은 2021년 3월 말까지 임기다. 그동안 김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혔던 함영주 부회장이 중징계를 받는다면 차기 회장 선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윤석헌. [연합뉴스]

이 때문에 두 은행 모두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대심제로 진행된다. 외부전문가들이 금감원 검사국과 조사대상자를 함께 면담해 질의응답을 벌인 뒤 심의·의결하는 방식이다. 경영진의 자리가 달린 사안이다보니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이유로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하는 건 지나치다”며 “제재심에서 적극 소명해 징계수위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경영진의 의무는 ‘지배구조법’에 명시돼 있다”며 “은행에선 ‘막연한 의무라서 경영진 제재는 못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의무 위반에 손 놓고 있으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2016년 8월)된 지 얼마 안 돼 은행권에 선례가 없을 뿐이지 시행령·감독규정에 제재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미 DLF 피해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23일 영업본부장 회의에서 “DLF 피해 고객에 성실하고 신속하게 배상하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도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내린 결정(투자 손실 40~80% 배상)을 수용해 DLF 피해 고객에 대한 배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수위를 낮춘다고 해도 금감원장이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KB사태’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징계 때도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뒤집은 적 있다. 제재심이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만큼, 제재심 의견을 따를지 말지는 윤석헌 금감원장 뜻에 달려있다. 앞서 윤 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DLF사태 제재와 관련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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