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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반발보다 원론 택한 윤석열… 내부 시한폭탄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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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 무색할 정도로 평탄했던 신년사

    A4 용지 7쪽 분량에 공수처 언급 없어

    불필요한 오해 살 필요없다고 판단한듯

    검찰 불만 목소리… 침묵 유지 가능성↓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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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대검찰청이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2020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비판 목소리가 담길 것이란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날 대검이 발표한 윤 총장 신년사는 A4용지 7쪽 분량으로 이뤄졌다. 국회의원 선거 등 한 해 구상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그런데 공수처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수처 법안 통과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듯한 부분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형사사법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 대응 역량이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총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군소 정당이 합의한 공수처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비춰왔다. 특히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권을 의미하는 이 법 24조의 2항에 대해서는 '독소 조항' 등의 표현을 쓰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독소조항은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걸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담겼고, 이후 윤 총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응 수위나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직접 공수처법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반개혁적인 인사로 비춰져 역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신년사를 내놓는 시점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 이전이란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침묵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윤 총장의 말 한마디가 현 상황을 타개할 가늠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윤 총장은 반발이 아닌 원론을 택했다.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도 견줘지는 공수처법은 찬반을 두고 법안이 통과된 지금까지도 여론이 나눠져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은 국회 결정을 존중하는 한편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침묵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월3일 또는 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확실시 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반발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검 역시 공수처 법안이 통과된 전날 "관련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힌 뒤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 공수처 법안에 대해 불만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반발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설치될 7월까지 침묵이 지속될 것이란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부분 검사들의 여론은 정권이 검찰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향후 검경수사권 조정안까지 처리되면 불만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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