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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폰 안보여, e메일로 보내라" 아들 시험 맞춰 조국 부부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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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으로 본 조국 전 장관 범죄 혐의

중앙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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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지난 2016년 말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문제를 두 차례 대신 풀어준 구체적 정황이 검찰의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미국에 있는 아들이 시험 당일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어 달라"고 요청하면, 조 전 장관 부부는 대기하고 있다가 시험 문제 사진을 스마트폰과 e메일로 전달받아 답을 알려줬다.

중앙일보가 31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는 지난 2016년 11월과 12월 2회에 걸쳐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이라는 과목의 온라인 시험 중 아들로부터 전송받은 객관식 문제를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답을 송부했다.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아들은 이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 부부에 대해 조지워싱턴대의 성적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온라인 시험 문제 아이메시지·e메일로 전송"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 아들은 첫 번째 시험 전날인 10월 31일 미국에서 부부에게 "내일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한다"고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조 전 장관 부부는 온라인 시험 시간에 맞춰 대기했다. 11월 1일 시험 시작 무렵 부부는 아들에게 "준비됐으니 시험 문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아들은 부부에게 객관식 문제 10개로 구성된 온라인 시험 문제를 촬영한 사진을 아이메시지(i-message)를 통해 전송했다. 부부는 시험 문제를 각각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전송했고, 아들은 전송 받은 답을 기입해 온라인 답안을 제출했다.

두 번째 시험이 있었던 12월 5일에도 수법은 같았다. 아들은 미국에서 "오늘 오후 Democracy 시험을 보려고 하니, 모두 대기하고 있어 달라"고 부부에게 요청했다. 부부는 지난 시험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시험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시험 문제를 풀어 아들에게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 부부는 "준비는 되었으니 시험 문제를 보내되,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e메일로도 보내"라고 지시했다. 부부의 지시를 따른 아들은 지난 시험과 마찬가지로 전달 받은 답을 기입했다.



"지각 사유서부터 수강 과목 결정, 교수님께 전화까지"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학사 관련 사항과 SAT 시험 일정 등을 관리해주고, 대학 지원시 필요한 에세이 작성 방법을 파악해 도왔다. 이후 아들이 조지워싱턴대에 입학한 뒤로도 장학금 신청부터 지각·결석시 사유서 제출 등 학사 행정과 관련된 사항 전반을 챙겼다. 또 e메일을 이용한 담당 교수와의 의사소통, 수강할 과목 결정, 각종 숙제, 시험 준비 등에 대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대신 작성해주거나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등 아들의 성적관리까지 해줬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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