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서부 경남은 보수색채가 강한 곳이다. 보수정당은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시장을 독식했다. 서부 경남에 위치한 진주시도 마찬가지다. 1995년 진주시와 진양군이 합쳐지면서 통합진주시가 출범했는데, 진보정당은 그 이후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진앙지는 혁신도시다. 2015년 말 완공된 진주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남동발전 등 11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았다. 비교적 젊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표심(票心)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52.1%의 득표율로 진주시장을 차지했다. 조규일 현 진주시장과 경쟁한 갈상돈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5.7%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1만1981표다. 그러나 혁신도시가 있는 충무공동에선 갈 후보(4998표)가 조 시장(2650표)을 크게 이겼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6년 진주시갑 총선에서 박대출 현 자유한국당 의원(54.4%)은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후보(33.8%)를 눌렀다. 충무공동의 득표율은 박 의원(36.7%)과 정 후보(51.2%)가 반대였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충무공동에서 51.6%의 지지를 받았다. 진주시 전체의 득표율은 33.3%에 그쳤다.
인구이동이 만들어낸 결과다. 충무공동 일대에 자리 잡은 진주혁신도시에는 2013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옮겨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3년 12월 진주시의 주민등록인구는 33만7071명이었다. 2018년 12월 진주시의 주민등록인구는 34만5987명으로 6년 전보다 8916명 늘었다.
충무공동은 대부분의 혁신도시처럼 공공기관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젊은 인구까지 흡수했다. 통계청의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진주혁신도시로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 이전한 2015년 진주시의 인구는 3425명 순유입했다.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순유입 인구가 1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대 미만의 인구도 1280명 늘었다. 자녀를 데리고 이전한 젊은 부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2019년 11월 기준 충무공동의 60세 이상 인구비율은 7.15%에 불과하다. 진주시 전체의 60세 이상 인구비율은 23.18%다.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총선에서 '보수의 텃밭'인 진주시에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여당 내부적으로는 진주시 출신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차출설까지 나온다. 승산이 없다면 장관급 인사를 내려보내고자 할 이유가 없다. 예비등록자의 숫자에서도 여당이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충무공동의 인구는 그 사이 늘어 지난해 11월 기준 2만4739명이다. 이 중 투표권이 있는 19세 이상 인구만 1만7520표다. 선거가 있을 올해 4월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현역인 박 의원이 진주시갑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승리했을 때 표 차이가 1만7531표였다.
다른 혁신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의 10개 혁신도시 중 광역 단위를 제외한 6개 혁신도시의 60세 이상 인구비율은 평균 8.69%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60세 이상 인구비율 평균(24.68%)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또 다른 '보수의 텃밭'인 김천시만 하더라도 혁신도시가 조성된 율곡동의 60세 이상 인구비율은 6.79%로 김천시 전체 평균(30.26%)과 크게 차이 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혁신도시는 젊은 세대들이 소위 '늙은 공간'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한 정책"이라며 "의도했든 아니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 김예나 인턴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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