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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태영호 "김정은, 4·15 한국 총선일 직후 도발 강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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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SLBM 탑재 전략잠수함 공개 유력

트럼프, 북에 관심 떠나 시큰둥할 것

미국, 협상도 타협도 없는 상태로

작년처럼 북·미 관계 끌고 갈 듯

NLL 도발 땐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북 헛꿈 못꾸게 한·미 관계 재건을

중앙일보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 야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태영호 전 공사는 ’최근 유튜브에 태영호TV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통일 전망을 매일 생생하고 깊이 있게 알려주려는 목적에서라고 설명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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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상치 않다. 집권 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생략했다. 대신 지난달 28~31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를 1일 발표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했다. 신년 벽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만나 북핵과 동북아 정세 전망을 들어봤다.

Q : 김정은이 왜 신년사를 안 냈을까.

A :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희망을 줄 소식이 없으니 전원회의 내용 공지로 대신한 듯하다.”

Q : 전원회의 내용 중 눈에 띄는 대목은.

A : “김정은이 대미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즉 2017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개한다는 거다. ‘핵 군축 및 핵 전파 중단 약속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대단히 위험한 방향으로 돌아간 거다. 북한 TV 화면에서 사라졌던 ICBM이 다시 대거 등장하고 북·미 관계를 ‘자력갱생과 제재 간의 대결’이라 한 것도 우려된다. 김정은은 또 ‘지난해 역대 최고 수확량(800만t)을 넘는 대풍을 기록했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한·미를 향해 ‘충분한 식량이 있으니 걱정 없다’고 큰소리 친 듯하다. 또 김정은은 당 지도부를 대거 교체했는데 여동생 김여정의 지위가 대폭 상승했다. 선전선동부 1부장에서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 옮긴 듯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엄청난 권력이다.”

Q :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했는데 무엇으로 보나.

A : “핵탄두를 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형 전략잠수함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지난 7월 23일 신포 조선소에서 김정은이 신형 잠수함(3000t급)을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탐지가 어렵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SLBM을 장착한 신무기를 처음 보여주는 것이기에 우려가 크다. 그러나 미국은 강하게 반응하지 않고 레토릭 정도에 그칠 것이다. 미사일 발사가 아니기에 제재를 추가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올 한 해도 미국은 지난해처럼 협상도 타협도 없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북·미 관계를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Q : 그럼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A : “김정은이 ‘미국은 북한을 서서히 소모, 약화시키려 한다’고 했는데, 미국의 의중을 정확히 간파한 것 같다. 지금 미국은 2017년과 달리 북한에 별 관심이 없다. 3년 전 미국인들은 북한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북한이 위협 순위에서 최하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관심도 북한을 떠났다. 김정은이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심지어 ICBM을 쏘며 ‘딜’을 요구해도 트럼프는 ‘그래서 어쩔건데’라며 의미를 축소할 것이다. 북한이 오판하면 안 되는 이유다.”

Q : 그러면 북·미 관계는 올 한 해 어떻게 전개될까.

A : “결국 김정은은 말로는 ‘정면돌파’를 내세우면서도 중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11월 미 대선까지 적당히 버티기 전략으로 나갈 것 같다. 중국은 올 한 해 북한의 근로자 수출을 받아주고,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줘 김정은의 숨통을 터줄 것이다. 결국 갑갑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Q : 북한이 잠수함 공개나 ICBM 발사 같은 도발을 한다면 언제쯤일까?

A : “2월 16일 김정일 생일과 4월 15일 사이가 분수령이다. 이 기간에 통상 한·미가 ‘키리졸브’ 연합 훈련을 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키리졸브 시점까지는 도발을 자제해 한·미의 훈련 자진 취소를 유도한 뒤 4·15 전후 도발을 강행할 공산이 있다. 그런데 4·15는 한국의 총선일이니 북한은 자신들에 우호적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총선까지는 자제하고 그 직후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Q : 다른 위험 신호는 없나.

A :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 확대 회의에서 대남 군사 전략을 기존의 ‘점령통치’에서 ‘초토화’로 바꾼 것이다. 즉 남한을 점령 통치하는 대신 불바다로 만들어 없애버리기로 한 거다.”

Q : 왜 그런 전략을 택했을까?

A : “한국의 국력이 워낙 강하니, 점령통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초토화하기로 한 거다. 재래식 훈련 대신 미사일과 방사포 훈련만 집중하는 이유다. 방사포는 정밀 타격이 아니라 일정 지역을 통째 없애버리는 무기다. 대단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 군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Q : 그 밖에 눈에 띄는 대목은.

A : “북한은 서열이 중요한데 군사위 확대 회의 사진을 보면 군 서열 톱인 김수길 총정치국장 바로 옆에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이 앉았다. 핵 무력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과거엔 서열 10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두 번째로 격상된 거다. 북한군 내에서 핵 무력 비중이 엄청나게 커진 걸 알 수 있다.”

Q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대한민국도 얻은 게 많다. 국민의 대북 인식이 현실화됐다. 지난해 강연 나가 보면 참석자의 70~80%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거라 믿고 얘기하는 이가 없다. 이제는 진보 정권이 북한을 업고 표 벌기가 어려워졌다고 본다.”

Q : 4·15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개최될 가능성은.

A :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내용은 미국과 충돌로 가는 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을 만나 ‘영변+α’를 요구했다. 영변 핵시설 외에 최소한 5개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도 해체해야 제재를 푼다는 얘기다. 지금도 미국은 여기서 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Q : 북한이 올해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은.

A : “대단히 크다.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코앞 창린도를 찾아 해안포 발사를 지시했다. 북한은 우리에게 불만을 표시할 때 늘 NLL을 건드린다. 그 바쁜 김정은이 직접 NLL을 찾아 포 사격을 지휘했다면 도발을 암시하는 상당한 시그널 아닌가. 북한이 도발하면 정부는 강하게 나가 그런 꼼수가 먹히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 북한은 늘 한·미의 틈을 벌려 정부가 제재를 풀도록 유도해 왔다. 2020년에는 한·미 관계를 재건하고, 갈등을 만들지 않아 북한이 헛꿈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Q :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를 못 푸는 것인가, 안 푸는 것인가.

A : “청와대 내부에도 동맹파와 자주파 간 불화가 있는 듯하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제재를 풀 것처럼 하다가 다시 안 된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문 재인 대통령이 두 세력 사이에서 균형(balancing)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자주파가 득세해 제재를 풀었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었겠나. 세컨더리 보이콧(금융제재)을 개시했을 것이다. 우리가 대북제재를 풀고 북한과 거래하려면 반드시 은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내 은행에 북한에 계좌를 열어주라고 지시해 봤자 그걸 따를 은행은 없을 것이다. 미국에 그 정보가 들어가면 그 은행은 바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재를 풀기란 극히 어렵다.”

Q : 한·미 동맹만 있으면 되지, 한·일 간에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가 왜 필요하냐는 이들도 있다.

A : “한·미 동맹의 연장 선상에서 한·일 협력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지소미아를 깨려 했을 때 일본보다 미국이 더 바쁘게 움직여 막지 않았나. 그만큼 미국엔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가 왜 미국의 속국처럼 살아야 하냐는 이들이 있는데,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우리처럼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나라는 우리를 지켜줄 역외 대국을 업어야 한다. 구한말 조선이 그게 없어 일본에 먹혔다. 지금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 우려를 덜었다. 미국이 떠나가면 우리가 자신을 지킬 수 있나? 유럽 선진국들조차 미국을 업고 러시아를 견제한다. 그걸 갖고 ‘속국’이라고 비난하는 이는 없다. 비현실적 사고로 안보를 흔들면 안 된다.”

Q : 한·중 관계도 어렵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A : “미국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 미국이 우리를 대신해 우리가 할 말을 중국에 해준다. 한·미 관계가 좋아지면 중국도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한다. 그렇기에 한·미, 한·일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

Q : 북한 주민의 봉기 가능성은 없나.

A : “김정은이 일이 안 풀리니 답이라고 내놓은 게 말 타고 백두산에 간 거다. 합리적 정책 대신 정신력만 강요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주민들만 고통이다. 이렇게 불만이 누적되면 10년, 늦어도 20년 안에 (봉기가) 꼭 일어날 것이다. 요즘 김정은이 군 수뇌부를 수시로 바꾼다. 총참모장이 1년을 못 버틴다. 불안하니 그러는 거다.”

만난사람=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인터뷰에 김서희 인턴기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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