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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美국방 “이란, 또 도발시 선제대응”...이란 "전쟁 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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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실시된 미군의 공습 작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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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이란이 역내 미국을 계속 공격할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군 지도부도 ‘전쟁이 두렵지 않다’며 미국의 위협에 대항할 준비가 됐다고 응수했다. 악화일로인 양국의 긴장이 실제 군사 충돌로 번질 경우 그 무대는 이라크가 될 공산이 크다.

이란 핵협정 파기와 호르무즈 해협 위기 등으로 이미 냉각돼 있던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연초부터 친이란 시위대의 미국 대사관 습격 사태가 더해지면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라크의 친이란 시위대는 주말 사이 미국이 이란의 대리군으로 여기는 이라크ㆍ시리아 시아파 민병대를 폭격해 25명이 숨지자, 수도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 주변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중 대사관을 급습했다.

미국은 앞서 27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키르주크의 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인 1명이 숨지자, 친이란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이틀 뒤인 29일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첨예해지면서, 미국은 이라크 내 미국인ㆍ미군이 이란과 연계된 무장조직에 공격당할 경우 ‘무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누누이 선을 그어왔다.

이와 관련 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결전의 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떠올랐다”라며 “미국과 이란의 공공연한 대립이 이라크로 옮겨갔다”라고 전했다. 특히 미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디나 에스판디어리 연구원은 WP에 “이란도 미국인 사망이 한계선이라는 것을 잘 안다”라며 “그 한계선을 이제 막 지났다는 사실이 우려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대사관 피습에 미국이 750명을 추가 파병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면서 역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게임이 바뀌었다”라며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고, 충분히 위험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아파 민병대 폭격을 ‘방어적 대응’으로 규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이란 군사 대응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셈이다.

이어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렇다”라며 “그리고 그들(이란)은 아마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정부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조처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라며 ”이라크 지도자들은 이란의 영향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라크의 재건 자금과 군사력 지원을 손에 쥔 미국이 이라크 정부에 압박을 한층 높이겠다고 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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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미국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시설을 폭격한 데 분노한 민병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에 몰려들어 응접실에 불을 지르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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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역시 미국을 겨냥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결을 예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후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2일 ”이란의 군사력은 외국의 위협을 퇴치할 만큼 강력하다“면서 ”군사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어떤 전쟁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미국을 향한 증오는 전 세계에 만연하다”면서 “미국은 자신들이 패배한 곳에서만 이란 탓을 한다”고 주장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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