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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용원·이충상, 전례 없는 보이콧 선언… 극단으로 치달은 인권위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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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원회 반대 시 자동 기각' 안건 두고
"위원장이 표결 거부" 전원위 보이콧
해당 안건 "약자 권리 침해" 우려 나와
한국일보

김용원(왼쪽),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 출석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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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을 필두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 6명이 의결 방식 변경을 요구하며 인권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 출석 거부를 선언했다. 인권위원의 보이콧은 22년 인권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원위로 넘어오는 진정들은 장애인 차별사건이나 광우병 촛불집회처럼 사회·정책적 중요도가 큰 사안들이 대부분이라 앞으로 굵직한 인권 현안 처리에 차질이 예상된다.

'자동 기각' 처리 안건 표결 안 하자 '보이콧'


김용원,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은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편파적인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한다"며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비상위원원과 함께 향후 송 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원위 출석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회의는 인권위법상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11명 중 6명이 나오지 않으면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

이들이 문제 삼은 건 최근 전원위에 상정된 '소위원회의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건이다. 이 안건은 소위원회에서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이 자동 기각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송 위원장이 이 안건 표결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위법상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지금까지는 소위원회에서 1명이라도 안건에 반대할 경우 토의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원위에 회부해 논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6명 위원은 해당 안건이 의결돼야 하는 이유로 '처리의 신속성 강화'를 들었다. 이 상임위원은 "소위원장 3인의 의견이 갈리면, 가결도 부결도 아닌 교착 상태가 되니 의결이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각이 빨리 돼야 진정인도 행정 심판, 소송 등의 이의제기 절차를 빠르게 밟을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송 위원장은 7월에 서울행정법원에서 관련 선고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 표결 처리를 유보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인권 침해 소지 크다" 반발도


해당 안건을 두고 다른 인권위원들뿐 아니라 인권위 본부 내부에서도 '오히려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이 기각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거나, 진정인을 면밀히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 진정은 국민이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반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적잖은 돈과 시간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한 인권위 위원은 "소송을 부담하기 힘든 약자들이 부처를 상대로 권리 구제를 비용 없이 요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가 닫힐 수 있다"며 "신속성보다는 신중함, 꼼꼼함이 더 중요하다고 봐 (해당 안건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은 이전부터 인권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잡음을 내왔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8월 경찰의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방해에 대한 진정에 위원회 소속 3명의 위원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전원위에 회부하는 대신 사건을 기각 처리해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박정훈 대령 피해구제 진정 건을 처리하는 소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이 상임위원은 동성애자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인물로, 최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위원의 발언을 혐오 표현으로 인정했다.

인권위 공무원 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인권위 논의는 제대로 된 숙의 없이 단순히 숫자로 의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위원회 회의 보이콧이 아니라 인권이 무엇인지, 인권 보호를 위한 인권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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