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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오픈북 논란, 조국의 아들 대리시험... 홈페이지·요강엔 '타인 도움 금지'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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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온라인시험 준수사항 어겨 대학 평가 방해 판단
법조계 "'편법은 불법 아니다'인식이면, 재판서도 불리"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 10월 24일 부인 정경심씨와의 접견을 위해 아들과 함께 서울구치소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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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들 대리시험 혐의 관련 범여권 일각에서 "깜찍"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검찰 기소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불법성이 인정됨은 물론이고, 조 전 장관의 다른 수사·재판에서도 불리한 정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아들이 다녔던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 응시 요강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시험 응시를 위해 접속해야 하는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같은 취지의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것이 정상적인 성적 사정(査定)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검찰이 지난달 31일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11월 1일과 같은해 12월 5일 두 차례 아들이 수강 중이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관점(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

아들 조씨가 시험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조 전 장관 부부가 각각 나눠 푼 뒤 답을 보내줬고, 아들은 이를 그대로 적어내 A학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 전송은 1차 대리시험 땐 스마트폰 메시지로만, 2차 대리시험 땐 이메일로도 이뤄졌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스마트폰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메일로도 보내라'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해당 시험은 따로 응시장소를 지정하지 않고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문제를 확인하고 답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비리 관련 검찰은 아들 대리시험 외에도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관련 뇌물수수 등 총 11가지 죄명을 적용해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입시비리 공범으로 적시된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을 정할 방침이다.

국회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의 공소사실이 공개되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아들이 집에서 접속해서 본 오픈북 시험"이라며 "어떤 자료든 참고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오픈북 시험에서 부모가 도와줬는지 모르지만, 부모가 개입했다는 의심만으로 기소하는 깜찍함 앞에서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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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알릴레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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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그러나 업무방해 등 가족비리 혐의는 물론이고 아직 검찰 처분이 정해지지 않은 유재수 감찰중단, 청와대 선거개입 등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조 전 장관의 '직권' 행사와 관련된 다수 수사와 이어질 재판에서도 불리한 대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강의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오픈북 테스트는 방대한 학습량을 평가할 때 단순 암기를 강요하는 대신 수강자가 전체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레퍼런스(참고문헌)를 제때 찾아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교수 부모 빽' 같은 것도 학생의 역량에 포함된다고 하면 '궤변' 그 자체"라고 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응시요강 등에서 타인 조력을 배제하라고 명시했고 이를 위반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대학 고유의 학생 평가 업무를 위법하게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가족 관련 수사 때 묵비권 행사로 전혀 진술하지 않았으니 검찰 기소가 합당했는지는 재판 때 증거관계를 살피면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전제 아래, 조 전 장관은 권리, 의무 이런 상식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편법은 불법이 아니다'는 인식구조를 갖춘 인물로 평가돼 본인 진술의 신빙성이나 양형에서 재판부 심증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동부지법은 오는 6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검찰은 민정수석 권한을 남용해 유 전 국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조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다만 법원은 구속 수사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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