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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란 최고지도자, 최측근 죽인 美 향해 “혹독한 보복”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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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회 패싱’ 공습에 미국 정계도 시끌

바이든 “불씨에 다이너마이트 던진 것” 비판
한국일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지난해 11월 말 수도 테헤란의 바시즈(Basij) 민병대 간부 대표단들과의 만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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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3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혹독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군 사령관을 암살한 일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미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긴장이 감돌던 중동 정세가 더욱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범죄자'에게는 “혹독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용맹함을 칭찬하면서, 그가 “천국으로 갔다”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동기를 두 배로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솔레이마니 장군을 겨냥해 암살한 미국의 ‘국제적 테러 행위’는 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긴장 고조”라면서 “미국은 이런 불한당 같은 모험주의가 낳을 모든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IS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순교' 건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ISNA는 케이반 호스라비 이란최고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을 인용, "바그다드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차를 노려 그를 순교하게 한 살인적 공격을 검토하기 위해 몇 시간 내에 임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지난 2015년 3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 종교 행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오른쪽)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군 사령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일 미국의 공습으로 숨진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하메네이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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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숨진 솔레이마니는 IRGC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으로 ‘그림자 사령관’ ‘정보 총책’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이자 차기 국가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시아파 민병대의 실세이자, 카타이브-헤즈볼라(KH)의 창립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회와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 정계도 발칵 뒤집혔다. 2일 늦은 오후 엘리엇 앵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해당 작전이 “의회에 아무런 통보나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솔레이마니가 “엄청난 폭력의 주동자”이자 “미국인들의 피를 손에 묻힌 사람”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의회를 배제하고 이런 중대한 행동을 강행한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하며, 의회 권력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들도 정부의 ‘무모한’ 공습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불씨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진 꼴”이라면서 “정부는 이란의 향후 공격을 저지하겠다고 하지만 역효과만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솔레이마니는 미국인을 포함해 수천 명을 죽인 살인자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움직임은 이란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수많은 사망자와 새로운 중동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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