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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중견 의원들의 불출마 러시…공천혁신과 새정치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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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여야 중견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연일 뉴스 초점이 되고 있다. 총선 때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정치개혁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큰 이번 선거에선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간 거취가 관심을 끌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김현미 유은혜 진영 장관이 3일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내각 잔류를 결정한 박, 김, 유 장관은 개혁 성향의 간판급 여성 의원이고, 진 장관은 합리적 중도 색채의 중진이니만큼 일정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이들의 가세로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현역은 이해찬 대표까지 포함해 10명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같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김도읍 의원에 이어 전날 중진급인 한선교 여상규 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이면서 황교안 대표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나 여상규 의원은 당 지도부의 무기력을 비판하며 황 대표와 모든 의원이 보수 대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불출마 의원은 이로써 총 9명에 달했지만,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패배의 책임자와 중진들부터 불출마해야 한다며 더 많은 의원의 단안을 촉구했다.

앞다퉈 나오는 여러 의원의 불출마 선언 사유는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지지 하락으로 밀려나기 전에 결단한 것일 수 있고, 당선 가능성이 큰데도 희생하는 것일 수 있고, 당락 관측과 관계없이 당 지도부의 공천 결정을 편하게 해주는 것일 수 있고, 아무런 계산 없이 다른 경쟁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정당의 새로운 인물 등용과 혁신의 기폭제가 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각 당은 불출마 선언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주는 감동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후임 후보자의 합리적 공천 과정과 함께 그들이 보일 희망의 메시지와 개혁 이미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지지 확대로 연결되기 어렵다. 불출마 러시가 여야의 불꽃 튀는 비례대표 공천 경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정당이라도 노동, 자영업, 군(軍) 등 주요 직능의 유능한 후보들과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층을 대변할 좋은 인물들을 폭넓게 수혈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임이 틀림없다.

어느새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이후 치르는 총선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역대 최초의 선거제가 적용되는 첫 총선이기도 하다. 탄핵 후 새로 짜일 정당 질서와 다양한 색깔의 소수정당 원내 진출 가능성에 맞물린 다당제 정치문화 및 협치 실험이 관심을 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와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섞인 만큼 거대정당들의 열성적 지지층 동원 양상과 격렬한 대립 구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한국당의 이념 양극화 심화에 따른 중원 확장으로 중도 정당의 파이가 커질 거라는 관측이 있지만, 외려 양당의 원심력이 중원을 빨아들여 중도당이 설 땅은 더 좁아질 거라는 예측도 있다. 전례 없이 사분오열된 보수 진영의 통합이나 연대 성사 여부와, 성사 시 통합 또는 연대의 수준 역시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맞물린 안철수 전 의원 복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연초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야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의견이 '여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의견을 크게 앞서고 있다. 그렇지만 총선까지는 몇 번이고 판세가 요동치고도 남을 시간이 남아 있다. 결국 끝까지 절실하게 분발하는 쪽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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