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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경고에도…`붉은 깃발` 내건 이란 "국민 모두가 美에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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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복음주의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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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강하게 불붙고 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총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미군 공습으로 숨진 데 따른 보복을 거듭 천명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군사 협박을 가하며 강한 경고를 날리는 등 양측이 거세게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정 무렵(현지시간) 트위터에 "그들(이란)이 우리(미국)를 공격했고 우리가 반격했다"며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력히 조언하는 것과 달리 그들이 다시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당해본 적이 없는 강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솔레이마니 유족들을 조문한 자리에서 솔레이마니 딸이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복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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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종교도시 곰의 잠카란 모스크에 붉은 깃발이 게양된 모습이 포착됐다. 깃발에는 `이맘 후세인을 위한 복수`를 뜻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Haqeeqat TV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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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북부 종교 도시 곰의 잠카란 모스크(이슬람 사원) 돔 정상에 붉은 깃발이 게양되면서 보복 전쟁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이 깃발을 거는 것은 살해당한 이의 원수를 갚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깃발에는 '이맘 후세인을 위한 복수'를 뜻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맘 후세인은 시아파 무슬림이 존경하는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 중 한 명이다. 680년 수니파 왕조와 치른 전투에서 처참하게 전사했고 이후 시아파 무슬림은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적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날 오후에는 로켓포 3발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북부 알발라드 공군기지를 강타했다. 이어 미국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에도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두 공격으로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 여러 명이 다쳤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망자는 없었다. 공격 직후 미군은 헬리콥터와 무인정찰기(드론)를 여러 대 띄워 공격 원점을 추적했으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황상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일 가능성이 높다. AFP통신은 이날 미국 대사관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은 미군이 이란군 실세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수행한 데 대한 첫 보복성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시아파 민병대는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에 "이라크 군인과 경찰은 5일 오후 5시부터 미군 기지 주변에서 1㎞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군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에 병력을 증파하면서 맞서고 있다. AP통신은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병력 3500명이 곧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최소 3000명의 미군이 추가로 이라크에 파병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 간에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란에 대해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도 "미국은 더 이상 위협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전면전으로는 미국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대신 역내 시아파 지지 세력을 이용한 대리전을 펼칠 수 있다고 AFP통신이 분석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대표적이다. AFP통신은 이라크 민병대가 자국 내에 주둔한 미군을 몰아내고 이라크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새로운 국내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이란의 보복이 예상되는 만큼 양국 간 군사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 의회와 시민단체는 전쟁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민주당 의원(버지니아)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추가적인 적대 행위를 고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적대 행위에 나서거나 선전포고는 물론 군사력을 사용할 때에도 의회에 승인을 먼저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일에는 백악관 앞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 걸쳐 80곳 이상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고 CNN이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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