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페이스북, 20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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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청와대를 떠난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근무를 시작한지 2년8개월만이다.
청와대는 6일 국정상황실장 후임인사 등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윤 실장은 사표를 냈고 4월 총선에 출마한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시절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2012년 이후 2017년 대선도전까지 줄곧 문 대통령을 묵묵히 보좌했다. 최근 총선 출마론이 힘을 얻으며 '윤건영 역할론'까지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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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때 文의 '손과 발', 집권후 '눈과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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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국민대 88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86세대' 중에선 젊은 축에 든다. 1998년 서울 성북구의원으로 정치 입문했고 2002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만든 개혁국민정당에 합류했다. 개혁당 기획팀장으로, 정치권 '친노' 그룹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부터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임기 막판 2007~2008년 정무기획비서관이었다. 이때 비서관 임명장을 준 사람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건영 정상회담준비위 종합상황실장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4.2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친노'의 젊은 참모들이 대개 그랬듯 2010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성북구청장)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쓴 잔을 마셨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이 2011년 '운명' 출간, 2012년 총선 출마 등 정치를 시작할 때 초기멤버가 됐다.
김경수 현 경남도지사의 증언도 인상적이다. 2012년 대선 캠프 초기에 윤 실장이 수행비서는 물론, 정무 참모, 홍보 담당, 일정 짜기까지 '1인 다역'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도 곁에 있었지만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손과 발이 돼서 뛰었다.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실 보좌관, 2012년 대선 캠프 일정기획팀장을 맡았다. 2015년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일 때 정무특보였다. 2017년 대선 선거대책위에서는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비교적 눈에 띄지않고 빛나지도 않는 자리지만 일정, 아이디어, 선대위 살림까지 다방면에 역할을 했다.
이에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친문 독식' 논란을 피하려 '3철'을 요직에 올리지 못했지만 윤 실장만큼은 놓을 수 없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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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확실한 일처리…'文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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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인 1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정상회담을 가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에 배석한 서훈 국정원장이 회담 도중 나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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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컸다. 윤 실장은 매일아침 소수 참모들만 들어가는 문 대통령의 '티타임'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윤 실장이 특정 사안을 보고할 때 현상에 머물지 않고 숨어있는 진짜 이유와 대안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8년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돼 기획 업무까지 맡았다.
그해 평양행 대북특사단에 포함됐고, 남북 정상 핫라인 설치의 실무를 맡았다. 지난해 6월30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역시 물밑에서 윤 실장 손을 거쳤다. 10월 대통령 모친상에 대한 북한측 조의문을 품에 지닌 채 부산의 빈소까지 가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도 윤 실장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말없이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좋다고 평소 밝혀 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윤 실장에 대해 "왜 '복심'인지 알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처럼 윤 실장이 "문의 남자"로 여겨지면서, 정치 커리어에 손해도 봤다. 2012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해 친노그룹 일괄퇴진 9명에 포함됐다. 캠프 일정기획팀장에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이 2015년 당대표일 때도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양정철 전 비서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함께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도 문 대통령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2012년 11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장에 배석한 윤 실장을 두고 안 후보측이 협상팀 멤버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전해 듣고 "윤건영씨는 왜 안된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2016년 총선 직후 문 대통령과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독대에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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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스타일로 정치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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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프로필(2017년 기준)/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
문 대통령은 새해 국회와 협치를 강조하고 있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고심 끝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했다. 윤 실장이 국회에 등원하면 청와대와 국회·여당을 연결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는 민주당의 결정을 존중해 출마지역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구로구를 포함, 수도권 출마가 비중있게 거론된다.
문 대통령과 너무 가까웠던 점이 숙제라면 숙제다. 문재인정부 2년8개월의 국정 가운데 윤 실장이 모르는 일은 없을 정도다. 국정상황실이란 직무 자체가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고,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북 접촉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 사실이 주는 부담감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요소다. 윤 실장도 잘 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이제까지와는 무척 다른 일, 저 스스로를 온전히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작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한편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칠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겸손하지만 뜨겁게 시작하겠다. 따뜻한 동행이 돼 달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떠나는 모습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6일 오후 2시16분, 페이스북의 프로필사진을 바꿨다. 2시 조직개편 발표가 끝난 직후다. 기존 프로필은 2010년 12월 이후 꼬박 10년 건드리지 않았다. 새 사진은 청와대 상춘재 앞을 걸어 나오는 모습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해 온 윤건영 스타일이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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