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란, 親무장세력 앞세워 美와 대리전 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아파 맹주로 중동 영향력 커 / 이란, 경제난으로 전면전 부담 / 이스라엘·사우디 등 美 우방은 사태 추이 촉각… 방위태세 증강

세계일보

이란 시아파 성지 쿰에 위치한 잠카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뜻하는 붉은 깃발이 내걸였다. 뉴스1


이란 군부 실세에 대한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에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은 피하면서 중동 곳곳의 친이란 세력을 앞세워 ‘대리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이 5일(현지시간) 이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과 관련해 “미군 기지, 전함, 군인들을 포함한 중동 내 미군이 공정한 표적”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어 “지역(중동)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며 “미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보복을 다짐한 뒤 미국을 겨냥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큰 친(親)이란 조직으로 꼽혔다.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창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과 항공기 납치사건 등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중동 시아파 국가들의 맹주인 이란은 그 외에도 이라크, 시리아 등 이웃 국가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초승달 벨트’로도 불리는 이들 국가 집권층에는 다수의 친이란 세력이 포진해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들이 내부에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나라들은 이란의 향후 조치를 예측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방위 태세를 증강하고 있다. 또 솔레이마니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거리를 두면서 이란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란은 5일 미국과의 연락 채널이 될 수 있는 카타르와 오만을 잇달아 접촉했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전날 오전 테헤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이날 자리프 장관은 또 유수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과 전화로 현 상황을 논의했다.

카타르와 오만은 이란과 미국 양쪽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 간 첨예한 갈등이 당장 진정되기는 어렵지만, 이들 ‘연락 채널’을 통해 중재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