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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52 vs 290…美·이란 악연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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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갈등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숫자들을 거론하며 40년 넘은 악연을 끄집어내고 있다. 양국 관계는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으면서도 단교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과 증오로 가득 차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2개의 이란 내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것에 대응해 미군이 격추한 이란 민항기 사망자 290명을 거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보복한다면 이란 내 52곳을 공격하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52라는 숫자는 미국 외교사의 굴욕이었던 주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에서 나온 것이다. 1979년 11월 4일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아 444일간 억류했다. 미국은 인질 구출을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간 대사관이 점거되고 인질이 잡힌 이 사건은 미국 외교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2013년에는 이 사건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아르고'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아르고'가 아카데미상을 받자 이란은 "미국의 시각을 담은 정치적 영화"라고 비난했다. 1983년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에 테러 공격을 해 미군 241명이 숨졌다.

이란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후견국인 미국과도 지속적으로 대립했다. 양국 관계는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탈레반을 축출할 때 이란이 협력하는 등 일부 개선 조짐도 보였지만, 이란 핵 개발로 다시 냉각됐다. 2009년에 출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이란 정책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2015년 드디어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오바마 정부의 이란 정책을 완전히 뒤엎고 핵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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