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국 주둔기지에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국제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언론은 미군 사상자를 ‘최소 80명’이라고 전한 반면, 미국 언론은 사상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며 양국이 언론전에서도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이란에서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겨냥해 발사된 미사일 모습. 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 IRIB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이란 타스님 “최소 80명 사망… 수많은 군 장비 심각하게 파손돼”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8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 쿠드스군은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피습 사건의 보복을 하고자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에 12발이 넘는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했다.

쿠드스군 관계자는 타스님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기지에 대한 지대지 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인 테러리스트들’이 사망했다”며 “다수의 무인정찰기(드론)과 군용 헬기, 수많은 군사 장비가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사일이 정확하게 민감한 목표물들을 타격해 파괴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알 아사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이 명중했다”며 “미국의 정찰 레이더는 어떤 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이 지역의 100여곳을 목표물로 삼겠다고도 경고했다.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티비(PRESSTV) 역시 “지대지 미사일 15발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명중했다”면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다만 프레스티비는 “취재진은 사상자 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감행한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반응을 트위터에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좋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준비된 군대가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내일 아침(미국 동부시간)에 관련한 발언을 하겠다"며 트윗 메시를 마쳤다.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처

◆美 CNN 등 “사상자 발생 없어”… 트럼프 “괜찮다(All is well)” 트윗

반면 미국 매체들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CNN은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금까지 사상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미사일 공격 전 군대가 대피소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보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의 보복 위협이 증가하면서 미국이 현지 부대의 경계 수준을 높인 것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최근 국방부는 요원과 파트너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이 기지들은 이란 정권이 우리 군대에 공격을 계획했다는 징후에 따라 높은 수준의 경계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한 당국자도 CNN에 “군은 경보음을 울려 충분한 조기 경보를 했다”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은 제때 벙커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NN은 또 미군 관리와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공격받은 곳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아직 미군 사상자 발생 여부에 관해 정보가 없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군은 이라크 내 두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괜찮다(All is well)!.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 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So far, so good)!”고 했다.

다만 AP통신은 “이라크 보안당국 관리 2명은 미사일 중 적어도 1발이 기지에 있던 비행기를 타격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는 없었다고 AP에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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