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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美는 압박, 이란은 협박… 靑 호르무즈 파병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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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기지 공격]

이란 "미국 편에 가담땐 공격"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미국의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파병 카드를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중동의 정정(政情)이 준(準)전시 상황으로 급속 악화하고, 미국과 이란이 우리 정부를 향해 동시 압박에 나서면서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절감 카드로 검토하던 파병 문제가 복잡미묘한 외교 난제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공격한 뒤 낸 성명에서 "미국의 우방이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미국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중동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양측의 압박 속에서도 아직까진 호르무즈 파병을 통한 '동맹 기여'의 기조를 놓진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파병 여부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자국 선박 안전 확보를 위해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부할 경우 연초부터 '과속'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대북 정책을 미국이 지지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파병 카드를 어설프게 활용했다가 지금과 같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면 국제 정세를 읽지 못하는 단견이 또다시 드러난 셈"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작년 2월 타결된 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당시 분담금 인상 폭을 줄여보기 위해 원래 5년이던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이 10차 SMA 타결 7개월 만에 시작된 11차 SMA에서 기존 방위비 분담금의 5배를 요구하자 정부의 근시안적 협상 전략에 비판이 쏟아졌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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