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의원들이 9일 런던 의사당에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을 표결에 부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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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 이행을 위한 법안이 9일(현지시간) 마지막 관문인 영국 하원을 통과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에 찬성한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을 끌어온 영국의 ‘홀로서기’가 마침내 가시화한 것이다.
영국 하원은 이날 ‘EU 탈퇴협정 법안(WAB)’ 제3독회(讀會) 표결에서 찬성 330표, 반대 231표의 99표차로 가결했다. WAB는 영국과 EU 사이의 탈퇴협정(국제조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영국 시행법을 말한다. EU 회원국으로서 영국에 적용되던 기존 법률 등을 국내법으로 대체하고 △전환(이행)기간 △상대국 주민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 양측 간 브렉시트 합의안을 놓고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하원을 통과한 WAB는 이제 상원을 거쳐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이 된다. 만의 하나 상원에서 법안을 수정할 경우 하원에서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영국 법안 심사는 3독회제를 기본으로 하는데, WAB는 지난달 실시된 제2독회 표결에서도 찬성 358표, 반대 234표로 가결됐다.
보리스 존슨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오늘 결과는 목표를 향한 매우 중대하고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유럽의회도 WAB를 승인하면 영국은 31일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EU와 결별 절차에 나서게 된다. 이후 올해 12월 31일까지 설정된 전환(이행)기간 동안 EU 측과 무역협정 등에 관한 ‘미래관계 협상’을 시작한다.
앞서 영국은 2016년 6월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전체의 52%(1,740만명)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그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2018년 11월 EU와 최종 합의에 도달했으나 합의안이 의회에서 잇따라 부결되자 사퇴했다.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브렉시트 강행론자’ 존슨 총리 역시 EU와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지만 다시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자 의회 해산 후 조기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이어 지난달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하원 과반(326석)을 넘어선 365석을 확보하면서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끝낼 기회를 갖게 됐다.
31일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당장 큰 변화는 없다. 연말까지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고, 주민 이동도 자유롭게 허용된다. 영국이 현재 부담하는 EU 분담금도 계속 내야 한다.
진짜 최후 걸림돌은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상이다. 양측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 무역협정을 포함해 안보ㆍ외교정책 등을 망라한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협상 시한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11개월 남은 전환 기간 동안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합의에 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존슨 총리가 WAB에 전환 기간 연장을 불허한 조항을 추가하면서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적용을 받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협정을 끝맺지 못하고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닥치는 것이다. 때문에 EU는 영국에 전환기간 연기를 배제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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