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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교육감 권한 늘려준다"는 시의회, "필요없다"는 교육감…이유는 '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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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해람 기자] [교장 권한 교육감이 가져오는 조례에 "학교 자치 훼손" 반대…현실적 쟁점은 '학교 시설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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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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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권한을 강화하는 조례를 교육감이 거부한다? 통념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서울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과 교육지원청 교육장의 행정사무 권한을 교육감이 가져올 수 있도록 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난 9일 재의를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령 충돌'과 '학교 자치 훼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학교 시설 개방 문제'에 대한 교육계와 시의회의 입장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의회 "교육감에 행정권한 주겠다"…조희연 "학교 자율성 지켜야" 거절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20일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된 행정권한을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감 및 교육장이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9일 "이번 개정조례안이 상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했다. 교육감이 요구할 수 있는 사유와 근거가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도 들었다. 서울시의회는 다음달 임시회에서 조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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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해 8월2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8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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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조례 개정안이 '사무를 위임한 사람은 그 사무에 대한 행정권한을 상실한다'라는 교육부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법령해석에 맞지 않고, 조 교육감의 지론인 '학교 자치'와도 상반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등 당사자들의 숙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상명하달 방식으로 수임기관의 권한을 회수해 행사한다면 공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문, 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법적 문제와 학교 자치권 문제가 얽혀 있지만, 갈등이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사안은 '학교 시설 개방'이다. 당장 이번 조례 개정안의 방아쇠가 된 일도 지난해 4월 서울 장안초등학교 정문 폐쇄 사건이다. 당시 장안초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정문을 폐쇄해 지역사회에 논란이 됐다.

교육계는 학교 시설 개방에 부정적이다. 교원단체 서울특별시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10일 "민원인을 가장하고 초등학교에 들어와 학생 인질극을 벌인 사건, 지역주민이 학교에 들어와 여학생을 유인해 성폭력을 행한 사건을 기억한다"며 "최선을 다해 학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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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기사와 관계 없음)/사진=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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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의회는 학교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고 싶어 한다. 넘쳐나는 주차 수요도 해결해야 하고, 주민이 이용할 문화시설을 늘리려는 생각이다.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전병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일부 교장이 지역 주민들의 체육관 등 학교 시설을 이용을 자의적으로 막거나, 심지어는 안전을 핑계로 정문을 폐쇄하는 일이 있어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며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학교가 우범지대화되고 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생겼다. 특히 요즘은 학교에 학생들이 오래 남아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 안전문제를 더 강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학생이 아예 없는 주말 개방이라면 괜찮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생 안전과 보호"라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doi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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