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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마지못해…英여왕 해리부부 독립 승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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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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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사진 오른쪽)이 재정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 부부의 요청을 일단 수용했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여왕이 마지못해 승낙한 것"이라며 해리 왕손 부부의 상업 활동이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여왕이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의 '풀타임(full-time)' 일원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면서도 "이들 부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샌드링엄 별장에서 해리 왕손 부부의 거취 문제를 다루기 위한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 왕실회의에는 여왕, 장남인 찰스 왕세자, 손자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 총 4명이 참석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비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은 미래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고자 하는 해리와 메건 마클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서섹스인들(Sussexes)이 영국과 캐나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전환기'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여왕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고,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서 "수일 내로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에서도 11개월의 '전환기간'을 둔 것처럼 이들의 독립에도 전환기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해리 왕손 부부를 여느 때와 달리 '서섹스 공작과 공작부인'이라는 명칭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디언지는 "이날 발표에서 왕손 부부가 그들의 본명과 '서섹스인'으로만 언급된 사실로 미뤄 볼 때 왕손 부부가 앞으로 왕실의 공식 직함을 유지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해리 왕손 부부는 지난 8일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며 전례 없는 폭탄선언을 발표했다. 왕실 구성원들 간의 불화와 언론의 지나친 보도경쟁이 주된 이유였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메건 마클의 왕실 탈퇴'라는 뜻의 '메그시트(Megxit)'로 부르고 있다. 해리 왕손은 자신의 할머니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조차 해당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왕실의 불화를 짐작하게 했다. 재정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왕족의 일원으로 남아 있으면서 이들 부부가 어떻게 부를 창출하느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조니 다이몬드 BBC 왕실특파원은 "지금까지 일을 하는 왕족은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않거나 대가성이 없는 무보수의 업무를 하던 것이 원칙이었다"며 "(해리 왕손 부부가) 착수하려고 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왕실 브랜드를 악용하거나 상업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버킹엄궁이 '복잡한 문제'라고 표현한 범위 안에는 왕실교부금의 포기, 공식 직함의 유지, 주거지 및 세금납부 문제 등 여러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해리 왕손과 마클 왕손빈이 포기하겠다고 명시한 부분은 이들의 전체수입 5%를 차지하는 왕실교부금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수입은 부친 찰스 왕세자가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 상당의 콘월 영지에서 벌어들이는 부동산 수익에서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런던 인근 윈저성에 있는 전용주택 '프로그모어 코티지'에 대한 소유권과 '서섹스 공작, 공작 부인'이라는 공식 직함을 내려놓을 조짐도 없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해리 왕손 부부는 지난해 12월 이런 칭호를 딴 '서섹스 로열'이라는 브랜드를 사전에 상표로 등록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내용에는 잡지나 연하장, 달력을 포함해 의류, 자선기금 등 광범위한 상품 및 서비스가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해리 왕손이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 여왕을 대리하는 직책인 총독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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