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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클래식 블루-하이! 해피 뉴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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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어김없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클래식 블루(Classic Blue)’다. 이제 이를 2020년의 부적으로 삼은 다양한 디자인 플레이가 시작될 것이다.

시티라이프

1. 해가 막 지고 나면, 하늘은 푸르고 검다. 그게 바로 클래식 블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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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을 유행 예감 컬러라는 단어로 설명하긴 좀 그렇다. 차라리 동시대의 환경을 분석해 그 해를 대변할 컬러를 제안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선정된 올해의 색이 ‘클래식 블루’다. 대체 2020년의 사회가 어떻길래, 그리고 과연 이 색이 내포한 정서적 의미는 대체 무엇이길래.

블루라고 다 같은 블루가 아니다. 팬톤은 클래식 블루를 ‘해가 질 무렵 황혼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푸른색’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네이비처럼 똑 부러지게 강인하거나, 터키블루처럼 여성스럽고 화사한 느낌은 아니다. 좀 더 무겁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평화로운 색이다. 약간의 블랙이 섞인 차분한 컬러다. 클래식이란 형용사가 붙을 만큼 그 색이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내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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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블루 심리 테라피의 핵심은 공간이다. 공간에 적용된 이 컬러는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파란색이란 것이 원래 그렇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 중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일등 공신. 당연히 ‘긍정과 희망’을 상징한다. 이를 2020년의 색으로 공표한 팬톤의 주장은 이렇다. 그건 바로 ‘중심을 잃고 부유하는 전 세계인의 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들에게 치유의 테라피 처방을 하고자 한 것이다. 홍콩, 미국, 시리아, 영국 등 분열된 세계 정세와 경제적 압박 속에 정서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 지구. 여기에 ‘클래식 블루’의 깃발을 꽂아 안도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팬톤은 매해 글로벌 정세와 세계인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심리적 구심점이 될 컬러 칩(color chip)을 제공한다. 이쯤 되면 마치 병든 지구에 영양제를 주입하는 것 같은 프로젝트다. 지구인들은 구원의 메시지처럼 그 컬러를 받아 들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부적을 만든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놀라워서 이 상징 컬러로 만들어진 제품을 반경 1m 내에 두면 진짜로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플라시보 효과가 따로 없다.

처방전을 받아 든 각 분야의 디자이너 손끝은 어김없이 바빠진다. ‘클래식 블루’를 적용한 긍정의 디자인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패션과 인테리어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션이야말로 가장 손쉽게 클래식 블루를 부각시킬 수 있는 디자인 분야다. 클래식 블루는 베이직한 의상에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다소 어두운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이나 그레이에 비해 단조롭지 않고 또 활기차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고급스럽다. 특히 유행에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 색이므로 고급스런 디자인의 수트, 원피스, 코트 등에 사용돼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입혀 줄 것이다. 특히 올해의 유행 컬러는 인테리어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 속에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더하는 클래식 블루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야말로 2020의 컬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평화로움과 단정함과 안정감을 줄 것이므로 포인트 월, 싱크대, 가족형 소파 등 덩치가 큰 부분에 적용하면 좋다. 자잘한 포인트가 아닌 묵직한 중량감을 공간에 줄 때 사용하라는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클래식 블루’가 가진 본질이다.

팬톤은 강조한다. 황혼을 연상시키는 블루는 노을의 하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가 지고 검은 밤이 찾아오기 직전의 무거운 블루. 삶을 위해 두 손을 모으게 되는 겸손한 색이면서도, 그 무엇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당당함으로 무장한 색. 정말 2020년의 부적이 되어 줄 것 같지 않은가?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언스플래시, 팬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3호 (20.01.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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