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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단독]'금리하락' 내부경고 무시···은행들 DLF 원금손실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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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얼마나 부실하게 판매했는지가 상세히 공개됐다. 이들 은행은 내부 연구소에서 ‘금리 하락’을 예측한 보고서를 냈는데도, 판매 교육 자료에는 거꾸로 ‘금리 반등’ 전망을 담았다. 위험성 교육은 하지 않은 채 영업점의 DLF 판매 평가 배점을 올려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상품 판매 전에 당연히 거쳐야 할 상품위원회 심사는 건너뛰었다. 본점 차원의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셈이다. 문제가 불거진 후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를 나서자 문건을 삭제·폐기한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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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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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지난달 분쟁조정위원회 의결 안건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오는 16일 DLF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두 은행 및 임원 등에 대한 제재 수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DLF 팔면서 상품위원회 생략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016년 5월 출시한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지수 연계 DLF 상품에 대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은 확정금리형 펀드'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예금형 선호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며 원금손실 가능성이 작고 은행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담았다. 애초에 은행 차원에서 상품 위험성에 대한 규정과 보고가 제대로 안 된 셈이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에서 DLF에 가입한 가입자의 62.1%가 3년 이내 정기예금 가입 경험이 있으며, 만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도 59.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영국ㆍ미국 CMS 지수에 연계한 DLF 신상품을 출시하면서는 상품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았다. 2016년 출시한 상품과 내용상으로 중요한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신상품의 리스크(위험), 설명자료, 직원 교육체계, 소비자보호 적정성 등에 대한 심사가 생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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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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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사업부, 상품위원회 '경고' 무시



우리은행도 조직적으로 DLF 판매를 유도했다. 우리은행 WM그룹은 2019년 1월 영업전략추진회의를 열고 전 직원이 PB고객 및 금융수신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영업점포 KPI에서 PB고객수(30점→50점), PB고객의 수신 증감액(30점→70점) 등의 배점을 확대했다. 2019년 2월 열린 확대영업본부장 회의에서는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DLF, 라임무역금융 펀드, 스코틀랜드 부동산 펀드 등 '고수익펀드 신상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상품 선정 과정에서 내부 경고가 수차례 있었지만 무시했다. 2019년 3월 6일 열린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에선 DLF의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7% 이하로 하락하면 100% 원금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3월 11일 열린 상품선정위원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직원인 일부 위원이 불완전판매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점 WM사업부는 판매직원을 위한 동영상 강의에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까지 가는 것은 굉장히 비정상적인 현상'이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내용으로 교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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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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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반등 어렵다' 내부 전망에도…KPI '줄 세우기'



계열 연구소의 전망도 무시했다. 2018년 7월 KEB하나은행의 계열사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8년 내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중략) 글로벌 채권시장의 대내외 금리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보고서 발표 이후 DLF 상품을 145건 신규 출시했다. 상품 구조나 시장 상황에 따른 리스크 등 교육자료도 영업점에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9년 들어 사모 DLF의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53.8% 증가한 1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직원 성과지표(KPI) 주요항목 중 펀드 신탁 수수료 수익 등의 배점도 기존 220점에서 280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도 3월 27일 독일금리 하락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하지만 우리은행 역시 PB 대상 교육자료에 '독일 실물 경제 회복으로 상반기를 저점으로 연말까지 (국채금리가)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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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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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터지자 내부 실태조사…금감원 조사 땐 '폐기'



2019년 3월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향후 금리 인하가 예상되자 KEB하나은행은 DLF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자 1829명 가입 고객을 상대로 2차례 실태조사를 해 상당수의 불완전판매를 확인하고 손해배상 규모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금감원의 현장조사가 예정되자 KEB하나은행은 해당 검토 문건을 삭제 및 폐기했다. 또 자문 법무법인을 통해 'PB 불완전판매 Q&A'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PB들이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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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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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손해배상비율 세부 산정기준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DLF 판매 시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을 30%로 정하고, 여기에 내부통제부실(20%) 및 고위험상품 판매(5%)에 대한 은행 측 책임을 물어 최종 55%의 배상비율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또한 사례별 가감 조정을 거쳐 최종 20~80% 범위에서 배상비율을 정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이날 KEB하나·우리은행은 DLF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자율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과 경영진의 징계 수위를 정하는 금융당국의 절차를 하루 앞두고서다. KEB하나은행은 고객별로 각각 40%, 55%, 65% 등으로 배상률을 정했고, 우리은행도 최대 80%를 배상키로 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배상을 통해 신뢰받고 건강한 금융시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자율조정 배상을 전격 결정했으며, 영업점을 통해 신속하게 배상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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