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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유사들 탈황으로 불황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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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 최초로 초저유황유(VLS FO·황 함량 0.5% 이하) 선박 연료 브랜드인 '현대스타'를 출시한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주문이 쇄도해 공장을 100% 가동 중이다. 지난달에 '현대스타' 15만t을 생산했는데, 올 들어 주문이 몰리면서 이달엔 2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15일 "올 들어 저유황 선박 연료 주문이 쇄도하면서 공장을 풀로 돌려도 모자랄 정도"라며 "앞으로 설비 공정을 변경해 초저유황유 생산을 최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투입해 울산에 초저유황유 생산 공장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월 18만7000t의 초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공정률은 15일 현재 99%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4월부터 이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공장을 다 짓지도 않았는데, 작년 11월부터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초저유황유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상 환경 보호를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세계 모든 바다에서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IMO 2020'으로 불리는 황 함량 규제에 해운업계는 크게 세 가지로 대응하고 있다. 황 함량을 줄인 초저유황유를 쓰거나, 선박에 탈황 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아예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초저유황유를 급유하는 것이다.

탈황(脫黃), 침체한 정유업계 돌파구 될까


정유업계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고 중국 업체들의 증산에 따른 공급 증가로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 마진'이 크게 떨어졌다. 정제 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통상 배럴당 정제 마진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하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평균 정제 마진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건 2001년 6월 이후 약 18년 만이었다.

선박 연료에 대한 황 함량 규제는 정유업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서 등장한 '구원 투수'다. IMO 2020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달을 전후로 초저유황유 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달 1일 t당 558달러에서 14일엔 674달러까지 올랐다. 그만큼 황 함량을 줄인 선박용 연료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해 9월 t당 593달러였던 고유황유는 370달러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국내 정유 4사가 IMO 2020 규제 효과로 올 한 해 1조원이 넘는 실적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초저유황유 생산으로 연간 2000억~3000억원대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 정유 업체, 준비 가장 잘해"

한국 정유 4사는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에쓰오일은 2018년 11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의 가동으로 과거 12% 수준이던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 비중을 4% 이하로 줄였다. 에쓰오일은 또 잔사유에서 황을 제거하는 설비(RHDS)를 울산 온산공장에 증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존 공장 연료로 사용하는 초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고, 초저유황유는 판매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기로 했다.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고도화 설비(하루 27만4000배럴 규모)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업체 S&P 글로벌 플래츠는 지난해 11월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정유 업체들이 초저유황유 시장에 가장 잘 대비했다"며 "중국·일본 정유 업체들이 공장 증설에 한계를 보이지만 한국 업체는 이미 초저유황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이순흥 기자(s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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