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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단독] SK, 택시사업 손뗀다… 우버와 합작사 지분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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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티맵 지분 사들여 독자경영 유력


매일경제

SK가 지난 3년여간 글로벌 승차공유 선두업체와 협력해 진행해왔던 국내 택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우버와 합작사인 ‘우티 유한회사(UT LLC)’ 지분 정리를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우버가 티맵모빌리티 지분을 매입해 독자 경영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티는 지난 2월 서비스 브랜드명을 ‘우버 택시’로 변경해 두 회사 협력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 바 있다.

SK그룹이 추진 중인 전방위적인 리밸런싱 계획이 계열사 전반에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결정은 적자가 누적되던 사업을 털어내고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확실한 ‘캐시카우’와 미래 먹거리에 힘을 싣는 그룹 기조에도 발을 맞추는 한편, 재무적투자자(FI) 회수를 위한 기업공개(IPO)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티맵모빌리티는 2020년 12월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부에서 분사해 출발했다. 현재는 SK그룹 내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산하에 있다.

우티는 지난 2021년 4월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각각 51%, 49%씩 출자해 설립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당시 우티에 기존 티맵 택시 개발 인력과 국내 지도 등 인프라를 비롯해 863억원가량을 현물출자했다. 이듬해에는 222억원, 올 1월에도 248억원의 현금을 추가 출자했다.

우티는 출범 당시 한국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 독점 구조를 깨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버가 한국 현지화에 실패하며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T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322만명으로 우버 택시(약 69만명)의 19배에 달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는 성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IPO 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택시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은 과감하게 접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티맵, 마진율 높은 데이터 사업 주력
올해 흑자 달성후 증시입성 도전 목표
티맵모빌리티가 택시 사업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선 건 외연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나선 SK그룹 기조와 궤를 함께 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을 면밀히 따져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당부한 바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출범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택시뿐 아니라 공항버스, 킥보드, 자전거, 대리운전을 비롯한 버티컬 서비스를 늘리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업 정체성이 모호한 대규모 실물 자산은 효율화하자는 기조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만 하더라도 택시 시장을 90% 넘게 장악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택시 사업은 프로모션 비용도 많이 들고 정부 규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신 티맵모빌리티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공을 들이는 분야는 데이터 사업이다. 티맵은 가입자 수만 2000만명이 넘는 국민 내비게이션 앱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운전점수 기반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보험사나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나선 신용평가사 등에 안전운전(UBI) 정보를 공급하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우티에 대한 투자 부담을 털어낼 경우 티맵모빌리티 재무 상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우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5억원을 올렸다. 2022년(-129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기사에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다.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자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우티 지분 자산가치 전액을 회계상 손실처리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기업가치 1조4000억원을 인정받아 4000억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2025년까지 IPO를 약속했지만 회사 성장세가 기대에 비해 다소 더디면서 IPO 기한 연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우선 올해 조정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한 다음 증시 입성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다.

당장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40% 늘어난 2871억원, 순손실은 74% 줄어든 423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791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606억원) 대비 30%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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