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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2030갭투자][단독]①20대 2명 중 1명은 갭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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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입주 계획서' 입수

본인 주거 아닌 임대 목적 아파트 구매

30대 주택자 3명 중 1명도 갭투자

이데일리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강신우 기자]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부동산 스터디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의 권유로 얼마 전 모바일 단톡방에 가입했다. 이 방은 갭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주로 모인 단톡방으로, 12·16 고강도 규제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9일 개설 하루 만에 1300명이 넘는 회원이 몰렸다.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 3~4년간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2030세대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자들이다.

15일 국토교통부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제출한 ‘2019 아파트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주택 구매자 2명 중 1명, 30대 주택 구매자 3명 중 1명이 갭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3억원 이상)를 산 20대 중 직접 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집을 산 사례는 2943건에 달했다. 20대 전체 매매 건수(5412건)의 54.3%에 이른다.

30대 갭투자도 20대 못지 않다.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30대 주택 매입자 3명 중 1명 꼴로 갭투자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이뤄진 30대 주택 거래 5만6845건 중 임대 목적의 아파트 매입은 34.9%(1만9852건)로 조사됐다.

세대별로 봐도 2030세대의 갭투자는 선배 세대에 밀리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 주 소비층으로 꼽혀온 50대의 ‘갭투자’는 1만 5772건으로 30대보다 적다. 60대 이상은 1만 1392건으로 20대와 30대를 합한 갭투자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30세대의 갭투자 열풍은 2018년 가상화폐(비트코인) 광풍과 흡사하다. 당시 젊은 층 사이에서 비트코인 투자는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인식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1월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이용자 250여만명 중 2030세대가 약 60%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도 최근 2030세대의 부동산 갭투자가 비트코인 인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다. 당시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신조어 ‘가즈아’가 최근 젊은 갭투자자 사이에서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로 소득만으로 내 집을 장만할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집값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가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연일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것을 봐왔고, 동시에 낮은 소득 탓에 저축만으로는 서울에 있는 집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한 세대”라면서 “갭투자를 통해 보다 쉽게 자산가 대열에 편승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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