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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식품박물관]①마주앉아 함께 '마주앙'…와인 불모지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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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국민주 개발정책'서 출발

독일 기술 받아들여 1977년 출시

亞 최초 교황청 승인받은 공식 미사주

국내·외서 상품력 인정받으며 누적 판매 1위 올라

이데일리

마주앙 최근 누적 판매량 추이. (그래프=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해방 이후 1977년까지 국내 와인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국내에서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국인이 접할 수 있는 와인이라곤 관광호텔에서 취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관광호텔 협회에서 수입하는 와인 외엔 정부가 주류 수입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경양식집에서 와인을 접할 수 있었지만 이는 미군 부대 등에서 부정 유통된 와인이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와인을 접할 기회도,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민주개발정책의 산물 ‘마주앙’

국산 와인의 단초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지난 1963년 12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서독을 방문했다. 독일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독일인들이 일반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한국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었지만 상당량의 쌀과 보리가 양조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고 박두병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 회장)에게 포도로 술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했다. 이른바 ‘국민주개발정책’이 여기서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는 1973년부터 경북 청하와 밀양지역에 농장을 조성하고, 경산에 마주앙 공장을 설립했다. 개발 과정엔 국내 와인시장에서 ‘1세대 와인박사’로 통하는 이순주 당시 동양맥주연구소 부장이 참여했다.

국내 기술진의 독일 유학과 독일 전문가의 초빙 등을 통해 1977년 5월 국내 최초의 국산 와인 ‘마주앙 스페셜 화이트’와 ‘마주앙 스페셜 레드’를 출시했다.

국가 정책에 의해 탄생한 마주앙은 브랜드명도 그에 걸맞게 지었다. ‘마주 앉아서 즐긴다’라는 뜻을 지닌 마주앙은 국세청에서 술 이름에 외래어 표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정책에 의해 지어졌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마주앙은 생산 공장 증설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국내 와인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와인수입 자율화 이후 판매가 다소 위축됐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속적인 주질 개선, 750㎖ 외에 300㎖, 250㎖ 제품 등 용량의 다양화, 2015년 선보인 파우치 제품처럼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후 마주앙은 2001년에 진행된 두산그룹의 오비맥주 매각과는 관계없이 두산주류에서 계속 생산이 이뤄졌고, 2009년 롯데그룹과 인수합병(M&A)에 의해 현재는 롯데칠성 주류BG에서 마주앙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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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앙 상표 변천사.(자료=롯데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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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인정받는 최장수 국산 와인

생산업체는 바뀌었지만 마주앙은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와인이다. 수입 와인조차 흔하지 않던 ‘와인 불모지’에서 신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오래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현재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1977년 브랜드 출시 이후 2016년까지 총 1억병(750㎖기준) 이상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국산 와인의 명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현재 마주앙의 제품군은 최초의 마주앙인 마주앙 레드와 마주앙 화이트를 비롯해 △국산 프리미엄 와인 ‘마주앙 시그니처’ △농가 상생 와인 ‘마주앙 영천·영동’ △프랑스 보르도의 메독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급 와인 ‘마주앙 메독’ △독일 와인 등급상 최고급에 속하는 특급와인 ‘마주앙 모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모스카토 품종 100%로 만든 ‘마주앙 벨라’ 등 총 10여 개가 있다.

여기에 한국 천주교에 독점 공급하는 마주앙 미사주 2종 등도 있다. 마주앙은 아시아 최초로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공식 미사주다. 1977년 승인을 받은 후 계속해서 한국 천주교에 미사주로 봉헌되고 있다. 마주앙 미사주는 지난 두 번의 교황 방한 집전 미사(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서도 미사주로 사용되었다.

마주앙의 제품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78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한 후에 선물로 미국에 전해진 마주앙은 와인 시음가인 레이 가프셔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우수한 와인중 하나로 평가된 사실이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리기도 했다. 또 1985년엔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의 와인 학술 세미나에서 ‘동양의 신비’로 격찬 받는 등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마주앙의 인기요인으로는 40여 년간 축적한 롯데칠성의 와인 양조기술, 변화하는 국내 와인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맛과 패키지의 변화, 오랜 시간 이어온 브랜드의 친근함, 1만~2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 등을 들 수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40여년을 이어온 최장수 국산 와인 브랜드 마주앙의 전통을 살리면서 국내 와인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게 맛, 디자인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수입 와인 위주의 국내 와인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산 와인 브랜드 마주앙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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