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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12·16 대책 한달, 3가지 내린 것과 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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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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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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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강남 청약 계획을 아예 접었다. 자녀가 2명으로 해 볼만한 청약가점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12·16 대책으로 15억원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강남권 분양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대부분 15억원을 넘는다. 강남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사다리’로 여겨졌던 청약 계획이 이렇게 틀어지니 입맛이 쓰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12·16 대책이 나온지 한달이 흘렀다. 대책 이후 강남 전셋값과 대출조건이 이전과 차이없는 9억원 미만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반해 주로 전세를 끼고 사는 주요 재건축 단지 가격은 내리고 청약 당첨 커트라인과 평균은 낮아졌다. 대책 이후 3가지 오른 것과 3가지 내린 것을 살펴봤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전셋값 호가 17억까지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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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대치팰리스 / 사진제공=래미안대치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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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오른 것은 강남 전셋값이다. 자사고 폐지 등 교육정책 변화로 학군 수요가 강화된데다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 대신 전월세에 머물겠다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오는 4월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도 전월세 수요를 부추겼다.

16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6일 기준 100.8로 2008년 4월 통계 집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년 1월 초의 가격을 100으로 잡고 변동하는데 이전 최고치는 100.7(2018년 10월29일, 11월5일)이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내 신축인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13억8000만원(30층)에서 지난달 15억5000만원(20층)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17억원에 나온 물건도 있다.

12·16 대책 이후 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의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전격적으로 올랐다. 아파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9억원 미만인 부분에서는 40%로 기존과 같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40%에서 20%로 낮아진 영향이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114㎡는 지난달 8억30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두달 전인 지난해 10월 7억7500만원(11층)에 거래됐던 단지다. 수원 영통과 팔달, 용인 수지, 안양, 광명 등 수도권 집값이 최근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와 함께 비규제지역의 청약경쟁률도 크게 달라졌다. 앞서 경기도 안양시 ‘아르테자이’ 8가구 무순위 청약에 3만352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4191대 1이었다. 비규제지역은 1순위 청약규제가 없고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이 6개월로 짧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검단신도시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던 단지들이 최근 미계약을 해소하는 등 시장 열기가 뜨겁다. 지난 8일 인천 서구 ‘검단파라곤 센트럴파크’ 1순위 청약에서는 768가구 모집에 6725명이 몰려 평균 8.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거나 분양받기 힘들어지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강남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건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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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이후 떨어진 것은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건수다. 부동산 거래 신고기간이 60일이기는 하지만 대책 이후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건수는 크게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며 지난달 17일부터 전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실거래가 신고가 완료된 강남구의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건수는 28건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 동기 54건을 크게 밑돈다. 2018년 9·13 대책으로 연말부터 ‘거래절벽’이 시작됐는데 그 당시에 비해서도 거래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남권 청약가점 평균과 커트라인도 하락했다. 지난 13일 당첨자를 발표한 강남구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평균 당첨가점은 66.01점으로 앞서 강남권 분양단지 ‘르엘신반포’ 70.3점이나 ‘르엘대치’ 67.3점보다 낮았다. 45㎡ 초소형의 경우 커트라인이 56점까지 떨어졌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등을 합산하는 청약가점은 만점이 84점으로 강남 청약 가점이 50점대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15억원 아파트의 주담대가 전면 금지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3% 하락했다. 지난해 8월30일 이후 17주만의 하락전환이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은마아파트 76.79㎡는 지난해 11월 20억4000만원(9층)에 실거래됐는데 현재 19억원 후반대에 나온 매물도 있다. 한때 2억원 이상 내린 매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회수된 상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018년 9·13 대책의 경우 서울 재건축이 하락하기까지 2개월 가량의 소요됐는데 2019년 12·16대책은 1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재건축이 약세로 전환한 만큼 당시보다 충격파가 더 크다”며 “1월말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가격 흐름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선옥 기자 oop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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