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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다주택자·고가주택 때리기…총선 앞두고 잇단 `과격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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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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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여권의 백가쟁명식 '강공'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부동산 거래(매매) 허가제를 언급하고, 여당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정책 효과를 지켜본 뒤 후속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보유세 추가 강화를 비롯해 추가적인 대출 규제 조치 등 또 한 번 종합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세 채를 소유한 사람과 다섯 채를 소유한 사람에게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 정의 측면에서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현 종합부동산세 체계에서 '다주택자 누진세' 시스템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집값에 따라 정해지는 과표기준 금액이 높으면 높을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누진 구조도 소폭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주택 종부세율은 과표구간별로 0.6~3%가 기본세율이고,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 이상)은 구간별로 0.2~0.8%포인트를 누진해서 더한 0.8~4% 세율이 적용된다. 김 의원 발언은 이미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주택자 세금 구간을 더 세분화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주택 수가 늘수록 세율도 더 높이자는 얘기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8억원짜리 집 세 채를 보유 중인 사람과 6억원짜리 주택 네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현재 종부세도 똑같이 부과받는다. 반면 김정우 의원 구상은 4주택 보유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보유 주택 수가 많을수록 실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이 강할 것이란 가정에 기반한 개편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직 당에서 구체적인 당정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어 새로운 세제 개편안 추진 등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집값이 원상 복구될 때까지 끝없이 대책을 내놓겠다"는 발언을 하고 청와대에서 '주택거래허가제' 카드까지 언급하는 분위기로 볼 때 실제 세제 개편과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강화 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인데 여권에서 당정 협의 일정을 서두른다면 다음달 국회에 다주택자에 대해 누진을 강화한 종부세 법안이 제출돼 논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여당 측 종부세 강화안이 실현되면 지금도 복잡한 종부세 체계가 '난수표'처럼 변할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들끼리도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신중한 검토와 세율 구간 계획 없이는 서울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지방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역진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16 대책에서 핵심 규제책이었던 대출 규제와 관련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앞서 정부는 12·16 대책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40%에서 20%로 강화하고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 가격 기준을 하향 조정해 사실상 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15억원인 주담대 금지 기준을 9억원으로 하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LTV도 40%에서 20%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대출 관련 가격 기준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 현재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전면 차단했는데, 예컨대 이를 6억원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날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해 언급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내) 공식적 논의 단위는 물론 사적인 간담회에서도 검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언급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같은 날 한 방송 뉴스에 출연해 "그런 얘기가 실제로 논의된 적은 없다. 말이 먼저 나왔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수석이 설익은 발언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을 비판한 셈이다. 이 전 총리는 "부동산 문제는 저도 함께 논의했다. 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최소한 제가 미리 논의 단계에서 참여를 했는데 그런(거래허가제와 같은)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손동우 기자 / 김강래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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