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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로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16일 열렸다. 특히 각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수위에 따라 연임 등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은행 측과 금감원 검사국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부터 먼저 진행된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7시간 넘게 이어졌다. DLF 판매 당시 은행장, 담당 부행장이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법률 대리인 등 20여 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혐의를 다퉜다. 이날 제재심은 은행 측과 검사국 측이 동석해 서로의 진술에 반박하는 대심제로 열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도 출석해 변론에 참여했다. 손 회장은 오후 2시 30분께 일찌감치 금감원에 도착했지만 하나은행 측 심의가 길어지면서 5시간 동안 대기한 끝에 심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우리은행에 대한 심의는 오후 9시 20분께 2시간도 안 돼 끝났다. 금감원은 이달 22일 2차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핵심 쟁점은 함 부회장,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여부다. 이들이 중징계를 받게 되면 향후 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 회장직 후계 구도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징계안을 사전 통지하면서 이들에게 문책경고를 적용했다.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 등 5단계로 구분되는데, 문책경고부터는 향후 3~5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새로 선임될 수 없다. 과거엔 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자진사퇴하는 게 관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손 회장은 연임이 결정돼 오는 3월 주주총회 결의 후 정식 취임만 앞두고 있는데, 그전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당장 회장직 연임 여부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함 부회장도 중징계를 받으면 연말께 치러질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등 향후 행보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제재심에서 "고객들에게 사죄한다"며 "금융시장 발전과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은행 측은 CEO에 대한 명확한 책임·제재 근거가 없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통제에 대한 CEO 책임을 규정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은행들은 또 CEO가 상품 판매 결정 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 지난해 말에는 시장이 회복되면서 약정대로 수익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은 본점 차원의 내부 통제 실패와 조직적인 불완전판매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령상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 등에서 제재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 측 주장이다. 앞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수준을 결정한 분쟁조정위원회도 은행 본점이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 목표치를 과도하게 늘리고 일선 영업점에 실적 압박을 준 행태를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강조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재는)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징계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방을 거쳐 제재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변수는 많다.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등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은행들이 징계에 불복하면 이의 신청이나 행정소송을 거치며 이슈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DLF 투자 피해자 모임인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에 우리·하나은행 경영진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은행들은 지난 14일 금감원에서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배해상기준안'을 전달받은 뒤 피해자들에 대한 자율배상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400여 명, 우리은행은 600여 명의 피해 고객에 대해 각각 배상 비율을 결정하고, 고객이 동의하면 배상액을 입금해 준다는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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