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강남 때리기’ 올인하는 정부… 수도권 풍선효과엔 속수무책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강도 부동산대책 부작용 우려 / 집중타 강남권 집값은 하락세 / 잠실 주공 76㎡ 2억원 떨어져 / 수원 팔달 한 주새 오름폭 2배 / 용인 기흥·수지도 집값 상승세 / 비규제 지역 몰리는 투기수요 / ‘매매허가제’ 언급도 혼란 키워

세계일보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단지 모습.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꺾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서울과 강남권 고가 주택을 촘촘한 규제로 옭아매고 추가 대책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이를 비켜 간 지역에서의 ‘풍선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의 고가 주택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서민이 거주하는 아파트값을 띄우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0.4% 올라 1주일 전 0.07%보다 상승률이 떨어졌고, 이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4주 연속 둔화세다.

정부가 추가 대책의 ‘제1 타깃’으로 공공연히 꼽고 있는 강남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의 아파트값이 30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고, 강남·송파구도 0.1%를 기록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는 수억원 이상 싼 매물도 출현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거래가 끊기면서 호가가 2억원가량 떨어져 19억∼20억원대에 나와 있다.

세계일보

문제는 비규제 지역이다. 경기도 수원 팔달·영통구, 용인 기흥·수지구 등으로 실수요·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우선 경기도 전체 지역이 0.18%로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대책 발표 이후 하락과 보합을 보이던 과천의 아파트값은 0.13% 상승했고, 광명도 0.39%로 1주일 전(0.3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수원 팔달구는 지난주 0.43%에서 금주 1.02%로 상승폭이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 지역은 최근 신분당선 예비타당성 통과, 인덕원선 신설 등 교통 호재와 재개발 사업 추진 등으로 최근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다. 용인도 지하철 3호선 연장, 리모델링 사업 등의 영향으로 수지가 0.59%, 기흥은 0.66% 오르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이 단시일 내의 ‘반짝 상승’이 아니라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4구 아파트값은 18.38% 뛰었는데, 성남시 분당구(20.57%)나 과천시(25.80%)처럼 상승폭이 훨씬 큰 지역이나 광명(17.67%), 구리시(15.52%) 등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 수도권 곳곳에 포진했다.

정부가 ‘강남 때리기’에 ‘올인’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는 유동성의 흐름과 상대적으로 청약가점이 낮거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수요가 계속됐다는 뜻이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실제 이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와 세종, 경기 과천·광명·하남·성남시 분당구 등 31개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출된 아파트 입주계획서 20만122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0대 중 68%가, 20대 중 54%가, 또 전체의 36%가 실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 거래에서도 규제가 덜한 곳으로 수요자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전체 아파트 거래 가운데 9억원 이하 비중은 79%였는데 1월 들어 현재까지는 87%로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 호재가 많거나 전매 규제가 짧아 환금성이 좋은 지역 아파트 등으로의 부동자금이 고이는 현상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비규제 지역 집값이 오르고 수요가 몰리는 ‘갭메우기’, ‘키맞추기’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진=뉴스1


전날 청와대발(發) ‘주택거래허가제’ 발언의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주택 관련 단체의 관계자는 “국정 최고위층에서 실현 가능성도 없고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은 대책을 언급해 논란만 키우는 행태는 정부가 바라는 시장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남이 문제라면 강남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니 주택거래허가제와 같은 반시장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며 극단적인 대책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