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결코 환멸하지 않았던 작가, 존 버거 첫 평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잠깐 독서]

한겨레

우리 시대의 작가-존 버거의 생애와 작업

조슈아 스펄링 지음, 장호연 옮김/미디어창비·2만원

이야기꾼이자 철학자인 존 버거(1926~2017)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와 작업을 조명한 첫 평전이 출간됐다. 스물두 살에 버거의 글로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르게 세상 보는 방식을 알게 됐다”는 지은이 조슈아 스펄링은 버거의 삶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된 지점들을 짚어내면서, 그가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써오며 “철학을 삶에 돌려주는 일”에 열중했음을 보여준다. 지은이의 말처럼 “그의 작업에 이르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은데 전후 격변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시대의 조류 속에서 시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버거의 모습은 흥미를 끈다.

열정적이고 논쟁을 피하지 않는 투사이기도 했던 버거는 고향인 영국을 떠나 제네바를 거쳐 프랑스 캥시 마을에서 ‘노동’하며 사는 삶으로 나아간다. 그가 40년을 산 이곳에 대해 지은이는 ‘고요하지만 고립된 마을처럼 여겨지지 않으며, 땅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갇혀 있는 느낌이 아니’라고 묘사했는데, 이는 후기로 갈수록 대중에게 너그럽게 다가간 버거의 글에 대한 인상과 다르지 않을 듯하다. 평생을 마르크스주의자로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던 버거는 정치적 이상의 패배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았다. 결코 환멸하지 않으며, 평온을 찾은 순간들을 사람들과 나누었던 버거의 ‘시선’은 희망, 사랑, 연대라는 단어에 가닿는다.

<우리 시대의 작가>는 다양한 경로에서 저마다 버거를 만났던 독자들에게 그의 문장이 그러했듯, 다시금 그를 ‘감각적’으로 ‘응시’하는 순간을 만나게 해준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