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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쿠데타가 일상이었던 일본군 근대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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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역설의 군대: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

도베 료이치 지음, 윤현명·이승혁 옮김/소명출판·2만원

“1945년 8월15일 오전 0시30분, 일본 육군성 군사과의 이다 마사타카 중좌(중령)와 군무과 시자키 지로 중좌는 근위 제1사단장 모리 다케시 중장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항복 저지를 위한 쿠데타에 근위사단의 궐기를 촉구하는 면담이었다. 그러나 모리 중장은 일본에 항복을 권고한 포츠담선언을 수락하는 천황의 성단이 내려진 이상 천황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군인, 특히 천황과 궁성을 지키는 근위사단의 태도라고 설득했다.”

일왕 히로히토가 항복 선언을 하기 직전, 궁성을 지키는 근위사단에서는 항복 선언에 반발하는 쿠데타가 진행 중이었다. 두 장교가 면담을 마치고 나간 뒤, 또 다른 군무과 소속 군인들이 사단장실에 들어가 모리 중장을 총으로 쏴죽인다. 이들은 모리 사단장의 도장을 찍은 가짜 명령서로 군대를 동원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이 쿠데타는 실패했고 일왕은 항복을 선언했다.

<역설의 군대: 근대 일본군의 기이한 변용>은 이들 쿠데타 세력의 정신 상태를 ‘광신주의’라고 말한다. “천황을 ‘현인신’으로 모시면서도 천황에게 반대하면서까지 전쟁을 계속하려 했던 것도 광신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일본군의 근대화 과정에서 쿠데타는 거의 일상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서막인 중일전쟁도 일왕 및 상부의 허가 없이 몇몇 장교가 벌인 쿠데타로 시작됐다. 그러나 일왕과 군 수뇌부는 하극상을 거의 처벌하지 않았고, 군의 정치화는 점점 더 심화한다. 일본군의 근대화 과정이란 막부 세력을 타도하고 지방마다 흩어져 있던 사족(무사 계급) 중심의 군대를 ‘천황의 군대’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책은 일본군이 광신주의와 함께 무너지는 과정의 핵심에 천황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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