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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종이책 독점 판매’가 문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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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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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독서 앱의 선두주자인 ‘밀리의 서재’가 공격적 마케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업계 최초의 종이책·전자책 결합 구독 서비스다. 여기서 ‘오리지널 종이책’의 의미는 밀리의 서재라는 이름으로 종이책을 발행하여 회원에게만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첫 번째 책으로 조남주 등 7명의 유명 작가들이 쓴 테마 소설집 <시티 픽션>을 선보였고, 이어서 김중혁의 <내일은 초인간>이 나왔다. 앞으로 김영하, 김훈, 공지영 등 유명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두 달에 한 종씩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밀리의 서재가 선보인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은 월정액 9900원을 내면 약 5만 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정기구독료에 더해, 6천원만 추가하면(월 1만5900원) 두 달에 한 권씩 유력 저자의 신간 종이책을 정기구독처럼 보내준다. 현재 이 서비스의 가입 이벤트 내용을 보면, 한정판 종이책 <내일은 초인간> 1권,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과 필사 노트, 전자책 5만 권 무제한 이용, 김중혁 대표작 전자책, <내일은 초인간> 리딩북(오디오북), 작가 인터뷰 챗북(책 내용을 쉽게 파악하도록 한 대화형 책)을 제공한다. 막대한 물량 공세다.

종이책 출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출판 행위는 자유롭게 이루어지더라도 그 유통과 판매에서는 독점 없는 개방성이 필수적이다. 책의 판매 독점은 시민의 독서권, 책의 공공재적 성격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 “서점에 없는 최고 작가의 한정판 종이책을 공급한다”는 막가파식 마케팅 전략이 수정되어야 할 이유다.

밀리의 서재는 새해를 맞이하여 ‘1일 1밀리’ 독서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유명 북튜버와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개발하는 등 의미 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전자책 무제한 구독 모델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독서의 장애물이 아니라 독서 생활화의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유료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한정판의 남발은 서비스 독점화 전략에 매몰된 기업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20~30대 젊은 독자들에게 ‘경쾌한 독서’의 생활화를 촉진한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책 생태계의 상생을 무시하고 수익에만 연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밀리의 서재에서 한정판으로 공급하는 종이책은 저자와 계약한 출판사에서 정기구독 한정판으로 미리 납품받고, 시차를 두고 본래 출판사에서 다시 발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 모델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중적 저자가 없는 대다수 출판사, 전국의 서점과 도서관, 비회원 독자들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모델이다. 그간 인터넷서점들이 출판사와 벌여온 각종 한정판 도서 제작·판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상품에서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책’이 단순한 ‘상품’ 이상의 사회적 공유재이기 때문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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