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포드맵 식이요법 효과 제한적
소아·청소년은 장기간 하면 위험
잼·탄산음료만 삼가도 증상 호전"
최근 과민대장증후군 환자 사이에서 피해야 하는 식품으로 주목받는 키워드가 있다. 포드맵(FODMAPs)이다. 포드맵은 발효되는(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 이당류(Disaccharides), 단당류(Monosaccharides), 그리고(and) 당알코올(Polyols)의 첫 글자를 따온 단어다.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세균에 의해 발효되는 탄수화물의 종류를 말한다. 생마늘·생양파·양배추·사과·배·수박·콩류·유제품류 등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식품의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는 “포드맵은 장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삼투압 작용을 해 수분을 과하게 끌어들인다”며 “또 대장에서 발효돼 가스를 과하게 생성하므로 묽은 변과 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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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유·요구르트·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에 흔한 유당, 꿀·양파·수박에 많은 과당·포도당, 껌·탄산음료와 과일 주스 등에 들어 있어 단맛을 내는 자일리톨 같은 식품 감미료, 콩류·잡곡 등에 든 갈락탄·프럭탄 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과민대장증후군 환자에게 포드맵 식품을 피하고 저(低)포드맵 식품을 먹는 것이 유용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모든 환자가 포드맵 금식할 필요 없어
과민대장증후군은 복통을 주 증상으로 하면서 동반되는 증상의 종류에 따라 설사 우세형, 변비 우세형, 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계명대동산병원 소화기내과 박경식 교수는 “설사나 복부 팽만감이 주 증상인 과민대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포드맵 식품을 줄이는 것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모든 환자가 포드맵 식품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포드맵 식품을 장기간 피하는 것도 필수 치료식은 아니다. 이선영 교수는 “포드맵은 장에 염증을 유발하지 않고 복부 팽만감이나 묽은 변 같은 증상만 유발한다”며 “락토프리나 글루텐프리처럼 특정 환자가 장기간 유지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치료 식이는 아니다”고 말했다. 락토프리는 유당불내증 환자에게, 글루텐프리는 밀가루의 글루텐을 소화·흡수하지 못하는 셀리악병 환자에게 필요한 식단이다. 이 교수는 “저포드맵 식이요법으로 증상 완화 효과를 봤더라도 장기간 지속하면 장내 세균총과 영양소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성장 중인 소아·청소년에게는 필요한 영양소 섭취에 방해되므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올리고당 등 포드맵 성분은 좋은 장내 세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포드맵 식품을 제한할 경우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익균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며 “저포드맵 식이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유산균을 같이 복용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가급적 쌀·두부 먹고, 잡곡·현미 줄여야
포드맵 식이는 종류가 많고 주변에서 흔히 먹는 식재료다. 특정 음식만 조심하면 되는 식품 알레르기와 달리 철저하게 식품을 배제하기도 쉽지 않다. 이 교수는 “묽은 변이 심하고 가스로 인해 복부 팽만감이 심한 환자에게 포드맵 식품을 줄이도록 교육하기도 한다”며 “이때는 꿀·잼·젤리와 말린 과일, 과일 통조림, 탄산음료, 인공 감미료를 피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에 따르면 고(高)포드맵 식품을 피하고 저포드맵 식품(바나나·오렌지·과일·고구마·감자·토마토·쌀·유당 제거 우유 등)을 먹는 식이는 현재까지 여러 연구에서 설사·복통·복부 팽만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상 환자가 많지 않아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학회는 과민대장증후군 환자에게 권하는 식이 방법으로 ▶가급적 두부·쌀로 만든 음식을 먹되 ▶과도한 섬유질 섭취를 삼가고 ▶잡곡·현미 등 소화·흡수가 잘 안 되는 전분 종류인 저항성 전분의 섭취를 줄이며 ▶신선한 과일 섭취는 한번에 약 80g씩 하루에 세 번으로 제한하고 ▶설사 환자는 인공 감미료를 피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 교수는 “저포드맵 식이는 증상이 심한 일부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나 염증성 장 질환자에게 일시적으로 시행했을 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뿐”이라며 “과민대장증후군이라는 질환 자체가 포드맵 식품으로 생기는 병은 아니므로 모든 환자가 포드맵 식이에 대해 자세히 알거나 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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