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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대북(對北) 구상 변수 떠오른 '北외무상 교체·해리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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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남북 협력 역할론, 환경 변화 요인…해리스 대사 행동에 여권 '불편한 정서', 확전자제 기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동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북한과 미국이라는 외부 요인이 청와대 '대북 구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 신임 외무상에 강경파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 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대북 구상 견제구 구설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한반도 문제는 국내외 정치와 외교, 안보의 복합 퍼즐을 맞춰야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면서도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탄력을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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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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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 개별 방문,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올해 남북 관계에 전향적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올해 다시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좋은 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말을 아꼈지만 접경지 협력, 철도ㆍ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구상을 둘러싼 속도전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호응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은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리선권 외무상' 기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대북 제재 '정면 돌파'의 연장선으로 내다봤다.


그는 20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리선권 인사는 통일부 장관을 외무상으로 임명한 것"이라면서 "반미국제통일전선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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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지난해 9월 '9.19 평화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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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의장은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가 많다"면서 "국제적인 연대 전선을 형성해 미국의 대북 압박과 유엔(UN) 제재를 뚫고 나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훈풍이 아닌 냉기류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해리스 대사의 행보도 청와대의 고민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외교가에서 금기시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남북 협력 구상에 대해 '제재 가능성'을 운운하며 지켜야 할 선을 넘나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부적절'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미국 대사를 겨냥해 불쾌감을 표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여당의 기류는 더욱 냉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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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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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내정 간섭' '조선총독부'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인 해리스 대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국무부 쪽에서 해리스 대사에 대한 신임 의견을 나타냈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권과 미국 대사의 '불편한 관계'는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쪽의 지지가 바탕이 돼야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힘이 실리는데, 불협화음이 이어질 경우 정치적 논란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을 다녀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갈등의 기운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해리스 대사의 언행을 정부가 제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국정 현안이 산적한 문 대통령은 '해리스 리스크' 관리라는 또 하나의 고민을 떠안게 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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