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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일감 떨어진 조선업·자동차 두고 文“제조업 기지개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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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제조업이 기지개를 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제조업 회복을 꼽았다.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올해 첫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통해서다. ‘기지개를 켜는’ 구체적인 산업으로 자동차ㆍ조선업을 적시했다. 꼭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물 들어올 때노저어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회복세를 거론했던 두 산업이다. 산업 일선에서 느끼는 위기의식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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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올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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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은 작년 수출 물량이 조금 줄어든 가운데서도 고가 차량의 수출 호조로 수출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자동차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연간 400만대 생산을 밑돌았다. 연간 400만대 생산은 업계에서 ‘생존 마지노선’이라고 부르는 수치다.

조선업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고부가가치 선박 대부분을 수주하며 2년 연속 세계 1위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회사의 수주량은 94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이다. 2018년(1308만GCT)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내 조선업이 전성기를 구가한 2007년(3209만CGT)과 비교하면 수주량이 30%도 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향후 조선업에서 2~3년간 일감이 늘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올해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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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10년만에 400만대를 밑돌았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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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조선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는 빼놓은 채 일부 호전되는 지표를 두고 ‘회복세’를 강조한 셈이다. 익명을 원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자동차는 회복은커녕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조선업 역시 업황의 등락이 심한 데다 최근은 미국ㆍ이란 갈등 같은 지정학적 위험 요소도 있다”며 “일면의 수치를 근거로 제조업 분야에서 회복을 얘기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고 말했다.

제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수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인다”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출 호조”라고 말했다. 1월 초 수출 호전(전년 대비 5.3% 상승)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2월부터는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신년 기자간담회 때도 역시 수출 회복을 거론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내내 수출이 뒷걸음질 친 데 따른 ‘기저효과’는 언급하지 않았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상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회복세가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수출과 직결되는 제조업의 전반적인 경기는 장기적인 하강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주가, 3대 분배지표(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도 문 대통령이 이날 내세운 수치다. 이날 종가기준 코스피지수(2262.64)가 문 대통령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2270.12)보다도 여전히 밑돌고 있는 점, 소득 최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점 등은 여전히 외면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 체감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낙관적인 면만 강조하는 건 오히려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환 세종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한 달 정도 단기간의 수치를 놓고 반등이라고 하며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경제 부진의 물꼬를 되돌리기 어렵다”며“제조업 회복에 따른 경기 호전이 가시화하려면 현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에 양호한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ㆍ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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