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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왜냐면] 아주대 외상센터 갈등에 대한 두 시선 / 김윤·임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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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주범은 보건복지부다 /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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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의료원장의 이국종 교수에 대한 욕설을 계기로 병원으로부터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아온 외상센터의 안타까운 처지가 하나둘 알려지고 있다. 아주대병원이 외상환자에게 병실을 내주지 않아 외상센터는 최근 한 달에 평균 1주일은 환자를 받지 못했고, 탑승할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해주지 않아 어렵게 운행해온 닥터헬기를 최근에는 (점검을 이유로) 아예 두 달 동안 운행을 중단했으며,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외상센터에 간호사를 늘리라고 보건복지부가 준 지원금 중 일부만을 신규 인력 채용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외상센터가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를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잘못된 정책에 있기 때문에 나머지 16개 외상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외상센터들도 모(母)병원이 병실을 내주지 않아 환자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중환자실이나 병실이 없어서 전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상센터를 ‘골칫덩어리’로 만든 보건복지부의 첫 번째 잘못은 연구결과 원래 대형 외상센터 7개를 설치하기로 한 계획을 명확한 근거 없이 17개 소형 외상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원래 계획된 외상센터의 규모는 현재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약 3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외상센터의 규모가 작아지니 모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인력과 병상을 둘러싸고 모병원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이 아주대병원과 외상센터의 갈등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두 번째 잘못은 외상센터가 모병원에 인력과 병상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병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지난해 말 대부분의 입원환자에게 병실이 배정되고 난 뒤에도 일평균 약 60개 병상이 남았지만 외상센터에는 병실을 배정해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구급대가 이송하거나 전원 요청을 받은 약 120명의 환자를 돌려보내야 했다. 모병원이 외상환자를 위한 병실을 내주지 않아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가 환자를 받지 못한 책임은 외상센터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장에게 있고, 이를 관리할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세 번째 잘못은 외상센터를 적절하게 지원하지 않아 병원으로부터 외상센터가 ‘골칫덩이’ 취급을 받게 만든 것이다. 병동과 수술장을 포함한 모든 부서에 간호사가 부족한 외상센터에 중환자실 부서의 간호사 인건비만 달랑 지원해 병원과 외상센터가 갈등하게 만들고, 병원에 닥터헬기 운영을 위탁하면서 헬기에 탑승하는 의사와 간호사 인건비는 지원하지 않고, 보건복지부 발주 연구에서 외상센터가 4~10%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결과를 받고도 명쾌하게 적자를 해소할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네 번째 잘못은 아주대 외상센터처럼 중증외상환자를 열심히 치료, 관리하면 손해를 보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데 있다. 입원과 수술, 중환자 진료처럼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할 때 받는 진료비가 낮아 생기는 적자를 인건비 지원금으로 메꿔 주니 중증환자를 적게 볼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그 결과 중증외상환자 10명 중 8명은 외상센터가 아닌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고 정작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외상센터에서 진료받는 환자 10명 중 8명은 경증외상환자라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로 아주대병원처럼 중증환자를 열심히 보면 모병원으로부터 ‘적당히 진료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스스로 외상센터를 하겠다고 나선 아주대가 적자가 아닌데도 경영 논리를 앞세워 외상센터를 골칫덩어리로 취급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외상센터가 이런 취급을 받는 근본적인 원인이 잘못된 제도에 있음에도 이를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체이탈화법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이제라도 보건복지부는 외상센터를 골칫덩어리로 만든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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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우리의 잘못은 없는가 / 임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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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첫 목적지는 퍼스였다. 그곳은 여유로운 해안가에 자리 잡은 곳이다.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호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온다는 곳이다. 그 덕분인지 퍼스의 생활은 여유로웠다. 한적한 바람, 적당한 햇살, 낮은 건물들. 낮의 풍경은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하지만 밤의 풍경은 달랐다. 조용했던 하늘은 항상 시끄러워졌다. 바로 닥터헬기 때문이었다. 응급 구조를 위해 헬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처음 나는 헬기의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지만 차츰 소리에 적응되어 갔고 닥터헬기의 소리가 없는 날은 ‘안전한 밤’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해지는 헬기 소리, 그것은 곧 안도감을 의미했고, 금방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헬기 소리 또한 안전함을 의미했다. 새삼 ‘열일’을 해준 한국의 소방관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고향 수원에는 아주대학교가 있다. 아주대병원이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북으로는 광교, 남으로 인계동, 서쪽으로 호매실, 동쪽으로는 영통. 더 나아가 남부수도권의 응급대처를 담당하는 아주대학교 병원에는 아덴만의 영웅이란 칭호를 가진 이국종 의대 교수가 있다. 대중매체에 나와 항상 겸손하게 발언하고 소신을 밝히는 그는 ‘의료 인플루언서’라는 믿음을 준다.

이달 14일 화요일, 온종일 ‘실검’과 뉴스를 장악한 이슈가 있었다. 이국종-아주대병원 욕설 파문. 사건의 내용은 병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이 교수의 행동에 아주대 병원장이 “때려쳐. 인간 같지도 않은” 등의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음성녹음이 퍼지고 ‘아덴만의 영웅’은 대답했다. “지쳤다”, “나만 조용히 있으면 되는데,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원래 그렇게 하는 나라가 아닌데.”

여기서 귀를 사로잡은 또 하나의 설명이 있었다. ‘닥터헬기도 병원 수뇌부 및 민원인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운행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란 얘기였다. 닥터헬기로 인한 민원인들과의 갈등은 소음을 의미한다. 아주대병원 뒤편에는 광교 에듀타운의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닥터헬기로 자주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소음은 창문을 닫고 지내는 겨울 동안에는 좀 잦아들지만, 창문을 열고 지내는 여름에 특히 심하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와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을 두루 가지고 살고 있다. 아주대병원이 가까워 질 좋은 의료 서비스 혜택을 누리면서, 반대로 헬기의 소음은 싫다는 태도는 님비와 핌피의 정면충돌처럼 이중적으로 보인다.

누구든, 어느 순간, 불의의 사고를 당해 그 헬기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닥터헬기의 소음이 천사의 나팔 소리가 되어 들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음으로 인한 생활불편을 나 몰라라 해선 안 되겠지만, 아주대 갈등에 동네 이기주의가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동한 듯 보여 씁쓸하다.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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