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1 (화)

[기자수첩] 불신 자초하는 KT 고객대응... 구현모號 기본이 먼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지난 16일 첫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앞세운 키워드는 ‘고객중심’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민첩하고 유연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구현모 사장의 이러한 의도가 잘 반영됐다는 평가다. ‘유기적인 고객 서비스’를 명분으로 영업과 상품, 서비스 개발조직을 통합하고,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각 지역본부도 합쳤다. 고객중심 경영을 단순한 구호성 차원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KT가 고객중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고객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신뢰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쌓인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객과의 접점을 재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자가 얼마 전 겪은 KT의 고객 대응 사례는 고객센터가 고객 신뢰를 어떻게 떨어뜨리는 지를 보여준다. KT VIP 등급 고객인 기자는 지난 2017년 KT 대리점을 통해 갤럭시노트8을 구매했다. 당시 체인지업 배터리+라는 부가서비스 상품도 함께 가입했다.

이 상품은 매달 2200~3300 멤버십 포인트를 내고, 단말기 구매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반납 후 새로운 단말기의 출고가를 보상받거나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자는 지난 달 단말기의 배터리 수명이 거의 다 된 것을 인지하고, 체인지업 배터리+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봤다.

KT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해당 상담원은 "(KT에)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하지만 배터리를 반드시 교체해야했던 만큼 전화를 끊지않고 담당자를 바꿔가며 계속 묻고 물었다. 결국 10분이 걸려서야 KT 고객센터는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단말기를 구매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혜택 요건이 종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과거에 받았던 체인지업 배터리+ 안내 문자 메시지에는 기간이 지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자 KT 고객센터는 "이곳에서는 잘 모르겠으니 근처 대리점을 방문해 문의하라"고 했다. 대리점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기간이 끝났으니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그냥 새로운 단말기를 구매하라고 권유할 뿐이었다. 결국 기자는 삼성전자 AS센터에 방문해 4만9000원을 내고 배터리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냈던 멤버십 포인트까지 감안하면 배터리를 새로 교체하는데 두 배의 비용을 낸 셈이다.

이는 매우 사소한 사례일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의 접점에서 이런 사소한 실망감이 쌓이면 고객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현모 사장은 예정대로 오는 3월 주총에서 CEO로 선출되면 3년간 KT를 이끌게 된다. 유료방송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산규제 난관 돌파와 케이블TV M&A, AI(인공지능)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하지만 신규 사업 등을 통해 앞으로 치고 나가기 앞서 사업의 기본을 되돌아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기존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우선이다. 지속가능한 글로벌기업의 핵심 자양분은 고객의 신뢰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