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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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8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현재 판세를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막말, 세습 공천 논란이 향후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존한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여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 일부에서는 총선 승리를 지나치게 낙관했다가 낭패를 본 2016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여당 의원·보좌진은 "당 지도부가 문 대통령 인기와 당 지지율에 취해 판세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도부는 이번 총선을 가장 안정적인 당내 분위기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이 각 지역구에서 접하는 민심으로 미뤄보아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선거 경험이 많은 한 여권 관계자는 "2016년 새누리당꼴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4년 전 총선을 앞둔 90일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각종 논란에도 당 지지율이 굳건했지만 침묵하던 민심은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했다"며 "현재 민주당 흐름이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12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180석 이상 확보는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2016년 1~4월 총선 직전까지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안팎에서 움직였고, 민주당은 20% 초반에 머물렀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 초·중반, 부정 평가는 40% 후반 수준이었다. 이 기간 '비박계 살생부 논란' '윤상현 의원의 김 전 대표에 대한 막말 녹취 파문' 'TK(대구·경북) 진박 감별 논란' 등이 이어졌지만 새누리당이 우려할 정도의 지지율 폭락은 없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원내 2당으로 밀려났다.
민주당도 올 들어 이해찬 당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세습 공천 논란은 당 안팎에서 진행형이다.
실제로 김해영 의원이 20일 '세습 공천'의 부당함을 비판한 것을 놓고 여당 내부에선 "4·15 총선 낙관론을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났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차익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난 검찰 개혁 관련 법안 과정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은 금태섭 의원을 놓고 정봉주 전 의원은 "제거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막말과 일부 출마자의 논란에도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40% 수준을 유지하며 외형적으론 굳건해 보인다. 하지만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유권자들의 정부 정책 평가 의지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의 실책이 커 보여 그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을 놓고 총선 전략을 잘 짜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도 김용민 당시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과 공천 과정 잡음 등으로 예상과 달리 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지나친 '문 대통령 마케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이 보합세를 기록 중인 가운데 여당은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항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과 '일방적·편파적' 등 소통 부족 문제가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부정 평가 이유 상위 항목과 유사하다. 한 재선 의원은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는 선거에서 경제 문제와 소통 부족 문제가 계속 거론되면 문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분류되는 여당 후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당내에서는 일단 파장이 크진 않을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향후 행보에 따라 중도층을 흡수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첫 공식 행보로 호남 지역을 방문한 것도 민주당에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4년 전 국민의당을 창당해 호남 28석 가운데 무려 23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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