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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기고] 석유산업, 2020 생존게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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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서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석유산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석유산업의 위기가 과장된 것인가.

에너지 전환에서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및 수소차, 그리고 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제품으로의 대체일 것이다. 각각의 요인이 석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살펴보자. 먼저 태양과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가 석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는 주로 발전용으로 쓰이는데 현재 석유가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우리의 경우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는 승용차 부문에서 수요가 줄어들겠지만 상용차, 항공, 선박용 연료 수요는 견조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수송용 전체 수요는 2040년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전문 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운동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일부 줄어들겠지만 석유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수요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기관들도 에너지 전환에도 불구하고 2040년이 되더라도 석유의 비중은 조금 낮아지지만 최대 에너지원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안 나지만 생산 효율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석유 강국을 만들었다. 지난해 일본을 앞질러 세계 5위의 정제 능력을 갖게 되었고 석유 수출 면에서도 세계 6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중국, 중동 산유국, 신흥국을 중심으로 정제시설이 꾸준히 늘어 공급 과잉이 본격화되고 정제 마진은 2014년 이후 최악이다. 공급 증대는 필연적으로 셧다운(Shut Down)을 가져온다.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만 남아 있다. 석유산업은 글로벌 경쟁을 넘어 생존 경쟁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는 석유제품의 50% 이상을 수출하는데 최근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정제시설이 늘어난 중국과 중동에 대한 수출이 감소되면서 동남아, 호주가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남아 정유사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 정유사는 동남아 정유사에 비해 원유 수입 시 높은 운임, 정제 후 동남아까지의 추가 운송비 등 지리적 불리함 외에도 원유 수입 관세·수입 부과금, 세제 인센티브 지원에서 불리함을 안고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계는 석유산업의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확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전환, 원유도입처 다양화 및 현지 리테일 진출 등 트레이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경쟁이 격해지는 몇 년 동안 한시적이라도 생산성 향상,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환경 규제는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국과 비교해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유국 및 주요 수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확대도 수출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수송용 에너지원별 과학적인 환경성 평가를 근거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환경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오늘 석유산업의 위기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해낼 것으로 믿는다.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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