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익 티엠디교육그룹 대표 |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으면 기특하기야 하겠지만 미래사회에서 단순 암기지식은 인공지능(AI)을 따라갈 수 없다. 창의융합적 사고력으로 세상에 직면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고봉익 티엠디교육그룹 대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변화에서 인재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지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 대표는 "학부모 세대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능력은 앞으로도 중요하겠지만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4C'라고 이야기되는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협동능력(collaboration) 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역량 '창의융합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으로 독서교육과 메이커교육 2가지를 꼽았다. 메이커교육(maker education)이란 학습자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보거나 컴퓨터나 전자기기 등을 다루면서 창의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거나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가리킨다. 한국 교육계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스템(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에 예술(Arts)을 접목한 스팀(STEAM) 교육이 메이커교육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다.
메이커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도록 해주는 데 있다. 고 대표는 "학부모들은 '네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라'고 했을 때 재미있겠다는 느낌보다 겁이 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라면서 "만들고 싶은 게 없고, 어떻게 할지 모르며, 어떠한 보상이 주어지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메이커교육엔 그런 목표도 없고, 평가도 없다"고 강조했다. 목표도 평가도 없는 교육이지만 이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고무적이라는 게 고 대표의 평가다. 지식전달 위주 수업에선 잘 드러나지 않던 창의력, 문제해결력, 끈기력 등이 메이커교육 중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과거에 스템교육에서 메이커교육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고 대표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메이커교육에 주목한 국가들에선 아이들의 생활반경 안으로까지 메이커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꾸려진 '아트랩'에선 학생들이 3D프린터, 미디어 기자재 등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익숙한 박물관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에서도 도서관을 메이커스페이스로 바꿔나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메이커교육 도입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메이커교육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성동구 소재 '4차산업혁명체험센터'는 올해 운영 3년 차에 접어든 메이커교육 공간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꾸려진 '미꿈소(미래꿈희망창작소)'는 거주지 제한 없이 모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다. 고 대표는 메이커교육의 과정을 4가지 단계로 구분해서 제시했다. 독서를 통해 관심 있는 주제를 찾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발견하는 게 첫 번째다. 이후 효과적인 해결책을 떠올려보는 게 두 번째, 제작과정을 거쳐 현실화하는 게 세 번째다. 끝으로는 창작물을 통해, 또는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 대표는 "요즘 코딩교육이 중요하게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미 코딩AI까지 나와 있다"며 "도구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기주도학습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고 대표는 2005년께 학습용 다이어리인 '스터디 플래너'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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