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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아침을 열며]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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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시민들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언제쯤 미세먼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기 정체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 않는 때가 언제쯤이냐는 것이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뿌옇게 보이는 반포대로.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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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한국의 하늘은 어떻게 될까? 등굣길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맘껏 운동장에서 뛰놀 수 있게 될까? 계절에 상관없이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선거의 단골 공약이 되었다. 이번 총선도 그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작년 이맘때쯤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었고, 급기야 대통령 직속으로 범국가적 미세먼지 대책기구가 출범했다. 겨울철 미세먼지를 관리하기 위한 미세먼지계절관리제가 도입되고, 감축정책에 계속 속도를 내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그런데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부의 목표대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면 미세먼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당분간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순환의 정체가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4일 이상 지속한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날씨예보만 듣고 미세먼지 상황을 안다. 날씨가 추워지면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나쁨이다. 오늘 날씨가 풀린다고 하니,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일 것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통계를 봐도 미세먼지 배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봄 심각했던 미세먼지를 겪었던 시민들의 체감도와는 많이 다르다.

대한민국의 미래 전망에서도 미세먼지는 큰 관심사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미래로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나라를 꼽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은 미래에 미세먼지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와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미래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근거는 이렇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자동차는 전기차로 대폭 교체되고, 강력한 규제로 자동차 배기가스는 대폭 줄어든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는 석탄발전소도 줄어들고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것이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인 산업체의 배출량도 강한 규제와 산업 구조조정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다. 중국도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중국발 미세먼지도 줄어들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언제쯤 미세먼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기 정체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 않는 때가 언제쯤이냐는 것이다.

겨울철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추이를 보면, 대기가 정체하는 기간에는 하루 사이에 2배 가까이 농도가 높아진다. 작년 봄에는 5일 동안 6배가량 높아지기도 했다. 대기 정체로 인해 평소보다 4~5배정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더라도 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평소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고, 일본과 미국의 2배가 넘는다. 과거 사례를 놓고 보면,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대기 정체로 인한 일시적 고농도 현상은 어쩔 수 없겠지만, 연평균 농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언제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영국이나 미국, 일본과 같은 정도로 줄어들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러한 미세먼지 전망이나 목표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처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구체적인 목표치와 목표연도를 제시할 수는 없을까?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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