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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3000만 팔로어 슈퍼 ‘왕홍’을 모셔라… 불붙는 섭외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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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리자치·웨이야 슈퍼 왕홍 초청
4시간 45제품 소개 ‘속전속결’
"대박 아니라면 노출이라도…"

조선일보

2019년 12월 27일 서울 용산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 왕홍 소이이가 화장품 판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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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을 어느 정도로 기대하세요?"

"첫 노출이다 보니 큰 기대 안 해요. 그래도 잘돼야 할 텐데요."

바깥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2019년 12월 26일 저녁. 서울 용산역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 4층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자그마한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오후 6시가 넘어 부스에 마이크와 조명, 카메라 등 방송 장비가 설치되자 한산했던 면세점에 하나둘 사람이 모였다. 성탄절 연휴 직후 평일 저녁에다, 면세점 폐점 시간이 가까운 시각이었지만 모여든 사람은 금세 200명 가까이 불어났다. 대부분 중소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들이었다.

"니하오마(你好吗)!" 오후 7시가 넘자 작은 체구의 젊은 남성이 부스에 앉아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직전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장난스러운 쇼트 비디오를 찍던 이 남성은 방송이 시작되자 거치대 위 스마트폰을 향해 빠른 목소리로 화장품을 소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콰이쇼우 팔로어 3200만 명을 보유한 ‘백소백(白小白)’이다. 감미로운 음색의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앱에 보정 효과를 넣어서인지 실물과 콰이쇼우 라이브 방송 화면은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왕홍이 이런 식으로 보정한다고 업계 관계자가 귀띔했다.

백소백이 한 브랜드의 마스크팩을 소개하자 콰이쇼우 라이브 방송 앱 화면 채팅창에는 ‘어디에 붙이냐’ ‘립스틱도 파느냐’ 등의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같은 시각 부스를 둘러싼 한국 브랜드 관계자들은 초조하게 백소백의 움직임과 스마트폰 라이브 방송 화면을 번갈아 살폈다. 중국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왕홍경제의 현장이었다. 팬들은 그의 방송을 시청하면서 하단 타오바오몰 링크를 터치해 연결된 상점에서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자사 토너 소개를 앞둔 한 중소 브랜드 관계자는 "최소 500개 정도는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최소 중국 소비자 노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호성과 박수가 간간이 이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백소백 측 관계자들이 "(마스크팩이) 15만 개 판매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왕홍측의 말에 사람들은 "와" 탄성을 질렀다. 이날 방송에서 백소백은 45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했다. 브랜드별로 주어진 소개 시간은 약 5분 남짓이다. 행사를 주관한 웨이보빅아이엔터테인먼트는 콰이쇼우 팔로어 3000만 명 이상의 슈퍼급 왕홍 백소백과 뷰티 왕홍 소이이(小伊伊)를 초청했다. 웨이보빅아이가 왕홍을 섭외해 판매 방송을 기획하고 중소기업들이 마케팅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두 왕홍은 각각 12월 26일과 27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약 네 시간 동안 총 90개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해 판매했다. 웨이보빅아이 관계자는 "(이틀간 방송에) 대략 24억원 정도 매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기업도 중국 왕홍 마케팅에 한창이다. 왕홍이 14억 중국 소비자의 지갑을 여닫는 힘으로 크자 기업도 이들을 현지 마케팅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을 섭외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기획사 등 대행사도 국내에 5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면세 업계가 가장 활발하게 왕홍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 비디비치의 부활도 초기부터 왕홍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비디비치는 지난해 11월 광군제에서 슈퍼 왕홍 ‘웨이야’와 함께 제품 홍보에 나섰고, 이 마케팅에 힘입어 알리바바 산하 티몰 신규 입점 브랜드 중 매출 3위를 기록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왕홍을 통해 유입된 고객은 전체 유입 고객의 40%에 달했다. 닥터자르트도 지난해 9월 상하이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리자치’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방송 40분 동안 제품 9000개를 판매했다.

◇면세점·백화점, 브랜드와 왕홍 ‘모시기’

면세점·백화점 업계는 브랜드와 협력해 라이브 방송 장소를 제공하고 쇼를 기획하는 식으로 왕홍 마케팅을 활용한다. 대부분 팔로어가 많은 대형급 왕홍과 협업한다. 노출을 통해 점포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날 백소백과 소이이의 라이브 방송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뷰티 전자상거래 기업 모구지에(蘑菇街) 톱 3 왕홍인 ‘위얼(瑜儿)’과 K뷰티 제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누적 접속자 1070만 명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같은 달 에스티로더와 협업해 쇼핑 버라이어티쇼를 진행했다. 웨이보에서 300만 명 정도의 팔로어를 가진 왕홍 2인이 면세점 곳곳을 돌며 화장품 상자를 찾는 예능 형식으로 진행됐다.

직접 슈퍼 왕홍을 섭외해서 행사를 진행해 화제가 된 곳도 있다. 지난해 10월 신세계면세점은 콰이쇼우 팔로어 3000만 명의 슈퍼 왕홍 ‘신유지(辛有志)’를 초청해 뷰티 라이브쇼를 진행했다. 신유지는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 브랜드를 소개했는데, 라이브 방송 누적 접속자가 1500만 명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왕홍 방송 지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보다 더 정교한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측정한다고 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순 조회 수, 게시물 공유 수, 댓글 수 또는 브랜드 인지도 조사 등을 통해 효과를 측정했는데, 최근에는 회원 가입률, 쿠폰 다운로드 수, 유관 매출 등을 통해 (왕홍이) 고객 유입과 매출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기관도 일찌감치 왕홍 마케팅을 진행해 성과를 보고 있다. 중국 여행·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한국뚱뚱’과 그의 중국인 친구들의 제주 체험 콘텐츠를 제작했고, 한국관광공사도 왕홍 20명을 초청해 서울, 부산에서의 여행 체험 콘텐츠를 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여행 후기와 영상을 총 170개 배포했는데, 총조회 수가 7700만 뷰에 달했다"고 말했다.

plus point

몸값 치솟는데 효과 얼마나? 왕홍 ‘직접 육성’ 고육지책도

왕홍 마케팅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중국 현지에서 왕홍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몸값까지 치솟자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슈퍼 왕홍을 한 명 섭외하는 데 최소 6억원, 최대 50억원까지 든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코노미조선’에 "몇 년 전과 비교해 섭외 비용이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납품가를 터무니없이 낮추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왕홍 콘텐츠의 성격뿐만 아니라 과거 이력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행사의 자금력, 기획력 등도 검토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수가 많은 분야인 만큼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큰돈을 들여 한 차례 왕홍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현지에서 어느 정도 입소문을 만들어 놓고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직접 왕홍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프라인 판매사 중에서 판매 기술과 고객 소통 능력이 좋은 직원을 직접 선발, 채용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명을 채용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광군제에서 하루 동안 티몰에서 2억9700만위안(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 관계자는 "100명까지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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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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