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숨쉬기, 밥 먹기 그리고 움직이기
흔히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다 얼마 못가 포기하는 경우를 작심삼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환자 중에는 일 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실 때마다 여러 가지 조언을 하지만, 그러겠다 답하고 실제 실천하는 분은 열에 한두 명 정도입니다. 그러지 못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지요. 하지만 환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어쩌면 사람들은 많이 아프기 전에는 건강 챙기라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계획하면서 산다고 하지만, 눈 뜨면 시작되는 삶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쳐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해가 바뀐 것을 핑계 삼아 다시 심기일전해서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패자부활전처럼 설날이란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으니 더 유리하지요. 신년 계획은 각자의 인생계획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나누면 자신이 하는 일과 건강에 관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 건강을 위한 계획 중에 대표적인 것은 운동, 체중감량, 그리고 금연이겠지요. 작심삼일의 대표주자이기도 하고요.
건강을 위한 계획을 세울 때 다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리어 너무 많은 정보가 방해가 될 정도지요. 아마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한 책들만 모아도 엄청난 분량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다양하고도 세분화된 지식들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소위 과학적이라고 불리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을 무시한 채 단편적인 지식의 실천만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최신지견이 과연 최선일까요?
이 시점에서 저는 다시 뻔한 소리를 할까 합니다. 새해에 건강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숨 쉬는 것과 먹는 것,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과 뇌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이지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태어나서 맨 처음 한 일이 무엇일까요? 바로 호흡입니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호흡을 멈추지 않습니다. 몇 분만 숨을 못 쉬어도 우리는 죽게 되지만,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숨쉬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특정한 운동을 할 때만 거기에 맞는 호흡을 하는 정도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숨쉬기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간혹 숨쉬기 운동만 한다고 농담처럼 말하면, 그것만 잘 해도 건강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답합니다. 호흡은 생물진화의 핵심이 된 산소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가와 직결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의식적으로 이것을 조절할 수 있지요. 나에게 맞는 호흡법을 익히는 것은 건강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일 중의 하나입니다.
첫 호흡을 한 후부터 우리는 먹기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먹는 것은 모유나 분유일 확률이 크지요. 그 다음에 이유식이란 이름으로 이 세상의 여러 음식을 접하고, 그 후 점점 다양한 식재료와 접하게 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생명유지와 성장의 토대가 되고,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존엄 있게 살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줄어듭니다. 현대인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만, 저는 먹는다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는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다른 생물로부터 얻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현대인의 병은 너무 많은 양의, 저질의 에너지에서 비롯합니다. 양질의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얻는 방식으로 식생활을 전환할 수 있다면 건강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숨 쉬고 먹으면 우리는 움직입니다. 그래서 동물이지요. 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다양한 역할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고, 그것으로 부족해 우리는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만들어서 또 움직입니다. 그래도 과거 사람들에 비해 현대인은 몸을 덜 움직인다고 하지요. 운동의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직립 프레임 강화와 몸의 각 부분을 빠짐없이 고루 움직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지요.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뇌를 잘 길들이는 일입니다. 삼시세끼 먹는 것을 걱정하면서 살면 좋겠지만, 현대인은 애부터 어른까지 사람이 만든 너무 많은, 필요 없거나 불량한 자극에 노출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계의 과부하에 따른 압력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해서 병이 납니다. 냉전시대, 히피들의 문화였던 명상이 서양에서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은 아마도 이런 영향에서일 것입니다. 명상이어도 좋고 텃밭일이어도 좋고 목공일이어도 됩니다. 신경계의 압력을 내리고 전뇌와 후뇌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력은 현대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설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1월 1일에 세웠던 계획이 순조롭지 않다면,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살 필요는 없지만, 유전자를 아주 잘 타고난 소수를 빼면 건강을 잘 돌봐야 행복할 확률이 커집니다. 어떻게 하면 숨을 잘 쉬고, 잘 먹고, 잘 움직이고, 내 뇌를 잘 길들일 수 있을까. 수강권을 끊거나 홈쇼핑 결제를 하거나 스파나 병원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한번쯤 고려해 보길 권합니다.
기자 : 김형찬 다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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