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수서 민주노총에 밀린 위기감 반영된듯
당선 후 이틀 연속으로 IBK기업은행 노조 방문
김동명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열린 ‘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당선 직후에 이어 이틀째 내리 기업은행을 찾았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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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문재인 정부에 정중하게 요구합니다. 노동이 배제된 ‘광주형일자리’ 투쟁 상황을 즉각 해결하십시오. 분명히 경고합니다. 저 김동명의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을 지킬 것입니다.”
93만여 명 규모의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이끌 차기 위원장에 김동명(52) 화학노련 위원장이 선출됐다.
▶조합원 수에서 민주노총에 밀린 위기감 반영된듯=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러닝메이트인 사무총장 후보 이동호(55) 전국우정노조 위원장과 함께 1580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들과 경합을 벌인 김만재(54) 금속노련 위원장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허권(55) 금융노조 위원장은 1528표를 얻어 불과 52표 차로 낙선했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 선거인 3336명 가운데 3128명이 참여했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선출된다.
이번 선거전은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선명성 경쟁’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동명 위원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보다 온건하고 실리적인 노동단체로 평가되는 한국노총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국노총과 정부의 관계는 지금보다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도 김동명 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대화’보다는 ‘투쟁’, ‘온건’보다는 ‘강경’으로 노선을 조정할 전망이다. 김동명 위원장은 러닝메이트와 함께 위원장 선거 기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맺고 있는 정책협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인사말에서도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김동명 위원장의 선출은 조직 규모에서 민주노총에 ‘제1 노총’ 지위를 내준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평가다. 김주영 위원장의 현 지도부가 대화 중심의 온건 노선을 지향하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에 밀린 만큼,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강경 노선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을 포함해 신생 노조가 들어선 일부 사업장에서는 한국노총의 온건 노선보다 민주노총의 강경 노선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노총의 주축을 맡아온 공공·금융 노조보다 금속·화학노련은 상대적으로 강경 노선으로 분류된다. 한국노총에서 제조업 산별노조 출신이 위원장에 선출된 것은 장석춘 전 위원장(2008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이후 한국노총이 급격히 노선을 수정하기보다는 전술적으로 일정 기간 투쟁 쪽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대화를 중시해 온 큰 틀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동명 위원장도 선거 직후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를 원한다”며 정부 부처별 노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 디지털화에 대비한 사회적 대화도 시작할 것을 요구한 것이 그 방증이다.
▶“현장 가겠다”…취임 직후 기업은행 노조 찾아=일동제약 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동명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일동제약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주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9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직후에는 대타협에 포함된 양대 지침에 반대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제조업 공동투쟁본부에서 투쟁을 전개했다. 양대 지침은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일반 해고를 법제화하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폐기됐다.
김동명 위원장은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인사말을 통해 “이 대회를 마치자마자 투쟁 현장으로 갈 것”이라며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실제 한국노총 새 지도부는 당선 후 첫 공식 일정으로 IBK기업은행 노조를 방문한 데 이어 22일 오전에도 ‘기업은행 노조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했다. 이미 김동명 위원장은 기업은행 노조원들과 취임 후 첫 만남에서 윤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제1 노총’을 내준 한국노총의 위상을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작년 말 집계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93만2991명으로, 처음으로 민주노총(96만8035명)에 밀렸다.
김동명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제1 노총의 지위를 잃었다. 그 본질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며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등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 노동운동을 제안했다.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약속 이행 여부, 의지, 수용 가능성, 이행 일정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1967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안법고와 중앙대 경영학과 독학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일동제약에 입사, 1994년부터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다. 한국노총 경기도지역본부 교육국장(2002년),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2009년),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2011년~현재), 제조연대 공동대표(2018년~현재),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2019년~현재) 등을 지냈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의 임기는 3년이다. 신임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오는 28일 임기를 시작해 지도부를 구성하고 다음 달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취임식을 할 예정이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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