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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view] 검사외전서 검사내전으로…“윤석열은 끝까지 버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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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서 공세로 전환한 여권

민심 이반 고려않고 인사권 행사

검찰 내부조직 분열·쪼개기 노려

윤 총장, 추미애 측근에 갇힌 형국

‘우리 갈길 간다’ 윤석열 사단

좌천된 검사들 “의무 다하겠다”

사퇴하면 수사대상 될 수도

“윤 총장, 마음고생에 눈 다래끼”



여권 압박, 윤 총장 거취는



중앙일보

최강욱, 유재수, 조국(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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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혼돈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검찰 권한을 쪼개고 나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수사 권력이 국가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법무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이처럼 팽팽한 긴장관계는 지난해 8월 말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자의 불법’에 대한 수사로 촉발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부터 기산할 때 벌써 4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처음 ‘검사외전(外戰·외부와의 전쟁)’이었다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 이른바 ‘1·8 학살 인사’가 단행되며 ‘검사내전(內戰·내부 검검 갈등)’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정권 겨냥 수사를 총괄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간부들을 전원 하방(下放)시킨 데 더해 23일 후속 중간간부 인사에서 현장 지휘관인 중앙·동부지검 차장검사들마저 전원 좌천시키며 점입가경이 되고 있다.

문 정부, 직권남용·수사방해 비판 무시

“당초 윤석열의 검찰과 조국 전 장관의 정면충돌 국면에선 범죄 피의자인 조 전 장관이 밀렸고, 취임 한 달여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패퇴했다. 하지만 후임으로 투입된 추미애 장관은 취임 9일 만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 수사 방해라는 비판은 무시했다. 민심이 이반되더라도 시시각각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을 향해 조여 오는 검찰 수사의 칼날을 무디게 하거나 검사들을 주저앉히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처럼 직진했다.”(전직 검찰총장)

청와대는 검찰이 별것도 없는데 마구 칼로 쑤신다는 입장이다. 정말 그럴까.

“내가 울산에 현직으로 근무할 때 송철호씨를 봤지. ‘자기는 선거에 여덟 번이나 떨어져서 절대로 출마 안 하니깐 부담 갖지 말고 같이 밥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밥 먹었지. 그런데 지금 와 보니 대통령이 시장 출마를 원했고 임종석(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아닌가. 당시 무조건 당선시켜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을까. 선거 개입은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형사적) 문제가 된다.”(검사장 출신 변호사)

주목할 대목은 1, 2차에 걸쳐 좌천·유배 인사를 당한 검사들의 태도다. 대부분 “공무원으로서 임지로 내려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며 받아들인다. 학살 인사를 비켜 간 검찰 간부는 “자기들끼리 사전에 ‘도원결의’한 것 같아. 부당한 인사가 나더라도 각자 자리를 지키기로. 마치 윤석열 총장이 항명 사태 이후 한직을 떠돌며 시간과 운명을 기다렸듯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현재 입지는 ‘극히 나쁨’이다. 추 장관이 임명한 신임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다.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은 대검 간부회의에서 ‘조국을 무혐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상갓집에서 직속 부하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았다. 검찰 내 2인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는 직접 부딪쳤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기소 결재를 일주일 미루자 23일 총장 직권으로 기소를 지시했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권력기관 간 갈등이 인사권을 통해 조직 내부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 정부 인사들의 특기가 조직 쪼개기와 분열인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인사가 인사로 끝이 아니라서다. 민감한 산 권력 수사의 동력이 사그라들 조짐이 보인다. 이에 따라 2013년의 ‘항명’ 사태처럼 제2, 제3의 윤석열이 등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입장도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임명장을 줄 때는 ‘우리 윤 총장’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으나 조국 수사에 착수하자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했다. 대학살 인사가 난 직후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판사 출신 김관기 변호사는 “문 대통령에게 조국은 권력의 동반자지만 윤석열은 적의 진영 앞에서 만난 기개 있는 장수쯤 되지 않겠나”라며 “자기편을 치는 윤 총장이 떨떠름하겠지만 내칠 명분이 없어 고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인사에게 앞으로의 전망을 물었다.

Q : 윤 총장이 그만둘까.

A : “버틴다. 첫 번째 그는 홀몸이 아니다. 자기를 따라서 알프스산맥을 넘은 부하들이 있다. 물러나는 순간 피의사실 공표부터 탈탈 털어 윤석열 사단과 윤 총장을 죽이려 들 것이다. 공수처 생기기 전에 신임 검찰총장이 ‘신검찰적폐’로 수사하지 않겠나. 물러나면 살길이 없으나 잘리면 살길이 있다.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가 될 수 있어서다. 두 번째는 총선 결과를 보지 않겠나.”

“칼잡이 바뀌어도 수사권은 언젠가 작동”

현직 검사의 말이다. “지금 당장 힘이 센 것은 인사권을 가진 쪽이죠. 하지만 칼잡이가 바뀌더라도 수사권은 언젠가 작동합니다. 지금 윤석열의 검사들은 시간에 쫓기며 그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겁니다. 범죄의 흔적을 증거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거죠. 수사권, 인사권, 그 위에 검심(檢心)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은 요즘=한 지인은 “윤 총장이 눈에 다래끼가 나고 좋아하던 술도 못 마신다고 하더라.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동의 이웃 주민은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친다. 겨울인데도 윤 총장은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더라. 몸에 열이 많은가 보다. 그 집 개 산책을 주로 윤 총장이 시켰는데, 며칠 전에 와이프가 데리고 나오는 걸 봤다. 요새 검찰에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고 말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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