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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설연휴에 풀어보는 골때리는 ‘뇌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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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뇌’ 자신을 알라 2

‘뇌과학서’가 봇물을 이루면서, 독자들을 미혹의 동굴로 밀어넣는 오해와 편견에 얼룩진 정보도 많다. 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들의 지혜를 빌려 ‘뇌 퀴즈’로 가짜과학을 감별해보자. 다음 중 틀린 문장은 무엇일까?

1) 천재와 달리 일반인은 뇌를 10%만 사용하고 있다

2) 우리는 뇌를 하루 24시간 내내 사용한다

3) 뇌의 특정 부위는 특정 뇌기능과 일대일로 연결돼 있다

4) 어린이는 어른보다 뇌세포 개수가 더 많다

5) 나이가 든 뒤에도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생길 수 있다

6)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특정한 내용을 배울 수 없는 시기가 존재한다

7) 평균적으로 남자 아이들의 뇌가 여자 아이들의 뇌보다 더 크다

8) 좌뇌형인 사람과 우뇌형인 사람이 있다

9) 빠른 시간에 학습량을 높이면 뇌효율이 더 좋아진다

10) 알파고도 ‘실수’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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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시>(2014)는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이 10%에 지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특정 약물을 사용해 뇌 사용량을 높이면 인간은 놀라운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인데, 뇌 사용량을 24%로 높이면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40%면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으며, 62%는 타인의 행동을 조종하고, 100%는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런 주장은 흔히 ‘10% 신화’로 불리는데, 실제로 우리는 뇌 전체를 100%(!) 활용하고 있다. 특정 사고·행동을 할 때 뇌의 일부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뇌영상자료 이미지 때문에 ‘우리는 뇌를 일부만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하면 단순한 행동을 할 때도 다양한 영역이 사용된다. (1번 틀림)

깨어 있을 때 뇌파를 검사하면 무수한 뉴런들이 복잡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야구장의 관중이 제각각 나누는 무수한 대화와 비슷”하다. 잠들면 몸은 기능을 멈추는 것처럼 보이고 뇌파의 진동수가 낮아진다. 그러나 뉴런의 야구장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뉴런들은 깨어 있을 때와 달리 서로 협동해 동기화(synchronized)한다. “경기장의 관중이 끊임없이 파도타기 응원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뇌는 쉬지 않는다. (2번 맞음)

인간을 기계처럼 생각한다면, 뇌의 특정 부위와 특정 기능은 일대일로 매칭될 것이다. 가령 자동차 엔진이 동력을 만들고, 냉각기가 엔진을 식히고, 연료통은 휘발유를 공급하고, 바퀴는 굴러서 동체를 앞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19세기 골상학에선 마음을 기능별로 구획할 수 있고 각각의 기능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수행된다고 가정했다. 또 각 기능의 성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관련된 뇌 부위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 등 미국과 유럽의 뇌 관련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뇌의 기능적 연결, 즉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 뇌의 한 부위가 여러 기능을 수행하며, 하나의 기능도 신경망에 널리 퍼진 여러 영역을 통해 구현된다. 이 때문에 뇌의 특정 영역이 손상되면 다른 영역이 손상된 영역의 기능 일부를 넘겨받을 수 있다. (3번 틀림)

뇌세포 개수는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4번 틀림) 비밀은 뇌세포의 연결 방식에 있다. 뇌는 신경전달물질이 오가는 부위 시냅스를 많이 만들어두었다가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고 사용하는 시냅스의 효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발달한다.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가지치기하는 과정은 사춘기 무렵 시작되어 40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일어난다. 성숙하는 동안 본래 가지고 있던 시냅스의 50%가 감축된다. 인간은 자라면서 가능성들의 밀림이었던 뇌를 환경에 적합한 모습으로 되돌린다. 이를 통해 우리의 뇌 속 연결들은 더 적어지고 더 강해진다. 평생 동안 뇌 연결망은 계속 변한다. 우리의 정체성엔 종착점이 없다. (5번 맞음) 보통 뇌는 25살 정도가 되면 뇌 형성이 마무리되지만, 학습과 훈련에 따라 뇌 부위 크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가령 런던 택시 운전사들은 ‘런던 지식’(Knowledge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시내를 관통하는 경로 320개, 개별 거리 2만5000개, 주요 지형지물과 목적지 2만곳을 외우려면 엄청난 공간암기력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 스캔 결과, 이들은 공간 기억에 필수적인 부위인 해마의 뒷부분이 일반인들보다 더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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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익히는 유년기에 말을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 언어를 배워도 완전히 극복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특정 시기가 지났다고 해서 학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엔 ‘결정적 시기’ 대신 ‘민감한 시기’라는 표현을 쓴다. (6번 틀림) 196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인구와 노동력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피임과 낙태를 금지했다. 심지어 ‘월경 경찰’로 불린 국가 소속 산부인과 의사들로 하여금 가임 연령의 여성들을 조사하게 만들었고, 자식이 네 명 이하인 가정에는 ‘독신세’를 부과해 출산률을 높였다. 하지만 부양 능력이 안 되는 부모들이 아기들을 고아원에 유기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버려진 아이들로 넘치는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선 먹고 씻기고 입히는 기본적인 돌봄만 이뤄졌고, 정서적 돌봄이나 자극, 학습이 없었다. 1999년 루마니아를 방문한 미국의 과학자들은 생후 6개월~3살까지의 어린이 136명을 검사한 결과, 아이들의 지능지수가 평균 100에 훨씬 못 미치는 69~80 사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은 뇌 발달 저하 징후를 보였고 언어 습득도 매우 더뎠다. 이후 좀더 안정적이고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상태가 개선됐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위탁가정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학습장애 극복이 그만큼 더 쉽지 않았다.

뇌 크기는 남녀가 다르고 대부분 남자가 크다. (7번 맞음) 하지만 뇌 크기가 뇌의 능력이나 효율성의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울러, 남성 뇌와 여성 뇌가 따로 있다는 주장도 비판받고 있다. 뇌의 성차보다는 나이와 환경, 유전적 변이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 형성된 태아의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됨으로써 암컷과 수컷의 신경회로가 달리 만들어지는 것은 맞지만, 이는 짝짓기와 관련된 부분에 한정된다고 많은 뇌과학자들이 말한다.

좌뇌-우뇌 분리 이론은 단순해서 매혹적이다. 실제로 언어 등의 일부 인지 능력은 좌뇌와 우뇌에 다르게 분포한다. 읽고 쓰고 말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우뇌보다는 좌뇌의 측두엽 부근이 손상됐을 때 훼손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좌뇌와 우뇌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믿음은 ‘분리 뇌’ 실험 때문에 더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 왼쪽 시야로 들어온 정보는 우뇌로, 오른쪽 시야로 들어온 정보는 좌뇌로 전해지며, 말하는 능력은 주로 좌뇌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진 환자에게 왼쪽 시야로 단어를 보여주면 단어는 우뇌로만 전달된다. 가령 지우개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환자는 대답하지 못한다고 한다. 좌뇌는 단어를 보지 못하고 우뇌는 말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뇌도 언어 능력을 일부 가지고 있다. 단어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 환자에게 지우개를 왼손으로 찾아보라고 하면 (몸의 왼쪽은 우뇌가 조절한다) 환자는 지우개를 집는다. 즉 우뇌도 어느 정도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언어 능력이 좌뇌와 우뇌에 다르게 분포한다고 해서 다른 모든 능력도 좌뇌와 우뇌에 다르게 분포한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로 맞지 않다. 좌뇌와 우뇌는 독립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마음의 작용을 이성과 감성, 창의성과 분석력처럼 분명하게 나눌 수 없다. (8번 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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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유연성, 즉 가소성을 신봉하면 빠른 시간에 최대한 많은 학습을 하면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소성은 양날의 칼이다. 학습한 결과(가소성의 성과)를 기억하고 사용하려면 뇌 회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가소성은 필연적으로 안전성을 해친다. 그래서 무엇이든 빨리 학습하는 극도로 유연한 뇌는 아무것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뇌가 된다. 인공신경망에서 학습률을 높게 설정해두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학습률이 높은 인공신경망은 최근에 입력된 자료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아서 이전에 학습한 것들은 죄다 잊어버린다. (9번 틀림)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이 역사적 대결을 벌일 당시, 알파고가 엉뚱한 뜻밖의 수를 내놓자 사람들은 “알파고가 실수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의인화’하기 때문에 나오는 잘못된 표현이다. 정답을 알고 있는데 엉뚱한 행동을 하면 ‘실수’지만, 알파고는 항상 전략상 따져보기로 결정한 만큼 따져보고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하드웨어 오작동이나 통신 오류가 아닌 이상 실수할 여지가 없다. (10번 틀림)

※ <과학잡지 에피> 6호(2018년 12월) ‘뇌과학과 교육분야의 가짜과학-신경신화(neuromyth)’(송민령),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송민령, 동아시아), <더 브레인>(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 <테스토스테론 렉스>(코델리아 파인 지음, 한지원 옮김, 딜라일라북스) 참조.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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