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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설명절 직장인들의 밥상 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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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장모차장(44)은 25일 귀성길에 오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침체로 회사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데다 연휴기간은 짧고 주머니사정은 넉넉치 않아서다. 장씨는 “경기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데 연일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만 한다”면서 “올해는 상여금도 나오지 않았을 만큼 직장이 불안해 새해 희망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 아침 직장인들의 밥상 민심은 어떨까? 무엇보다 올해의 설은 대체 공휴일을 포함한다고 해도 연휴(1월 24일~27일)가 4일에 불과하다. 주말이 끼어있는 데다 회사 업무계획 수립 등 직장인에게 가장 바쁜 1월인 지라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이 한숨 짓는 것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세자금 대출규제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도모부장(52)은 대출을 알아보느라 설 명절을 제대로 보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는 “현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해서 있는 집도 팔았는데 천정부지로 값이 올라 몇개월전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면서 “내년말 전세만기에 맞춰 내집으로 이사가려고 했는데 가진 현금도 없고 전세대출도 안된다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식품기업에서 일하는 박모부장(51)도 “돈 있는 사람에게만 부동산 투자기회가 더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면서 “서울에서 평생 내집마련을 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아 투자이민을 알아봤는데 10억원을 들고서도 대기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들의 답답함은 더하다. 소형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맞벌이 주부 김모씨(33)는 “고소득자들은 대출을 더 받아 ‘갭투자’든 뭐든 재테크를 하겠지만 평생 집 한칸 마련할 없는 서민들은 막막하기만 하다”면서 “아이가 생기면 집도 넓혀야 하고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당첨돼도 대출을 못받으니 청약을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환율이 상승하는 것도 직장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부장(48)은 설 연휴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유학중인 아들이 얼마전 방학을 마치고 돌아갔는데 당장 학비가 큰 걱정”이라면서 “언제 회사를 그만둘 지도 모르겠고 정치권력자들의 말뿐인 약속이 이제는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겹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교육비도 직장인들에겐 걱정이다. 경기 안산에 사는 한 중소기업 사장(50)은 “아이가 예상만큼 수능성적이 나오지 않아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재수를 하려면 1년에 2000만~3000만원이 든다”면서 “경기침체로 회사규모는 이미 절반으로 줄였고 부모님께 매달 드리는 용돈마저 줄였는데 솔직히 요즘은 하루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부장(49)은 “월급은 제자리이고 경기가 좋지 않아 점심을 회사식당에서 해결하는 동료들이 많다”면서 “씀씀이를 많이 줄였지만 여윳돈이 없으니 은퇴한 뒤 시골로 내려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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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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