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포장 용기 등에서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인체의 내분비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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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현대인은 살찌는 것에 민감합니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찾고, 덜 먹으려 애쓰는데 정작 식품 포장지 등을 통해 환경호르몬을 흡수해 살이 찌게 된다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프탈레이트(Phthalate)'는 딱딱한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입니다.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 함유돼 있습니다. 프탈레이트의 쉽게 휘고, 탄력성 있는 성질 때문에 플라스틱의 첨가제로 사용되는 것이지요.
다양한 제품의 포장지, 의료기기, 아이의 장난감, 인형, 식품용기, 수액세트, 혈액백, 문구류, 방향제, 식품을 둘러싸는 랩 등에도 첨가돼 인체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품과 연관이 있는 포장재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국내 유통되고 있는 빵·떡류, 설탕, 식육가공품 등에서 0.001~0.38㎍/㎏bw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프탈레이트 1일 평균 노출량(㎏당 하루섭취량)은 10.1㎍/㎏bw/day로 인체노출허용량(TDI, 50㎍/㎏bw/day)의 5분 1 수준으로 비교적 안전한 상태라고 합니다. 일부 식품에서 검출된 프탈레이트의 양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프탈레이트는 체내에서 내분비계 정상기능을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입니다. 즉, 환경호르몬의 일종입니다.
내분비계 장애물질은 인체의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체내 지방세포에 녹아들어 자리잡은 뒤 자연 호르몬의 생산과 방출, 이동, 대사, 결합 등에 혼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이런 활동은 몸을 살찌게 하거나, 비뇨생식기의 기형, 성 발달 저해 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소 연구팀은 프탈레이트가 대사 과정을 변화시켜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프탈레이트와 체중증가의 상관관계를 증명합니다.
프탈레이트를 넣은 식수에 노출된 생쥐, 특히 암컷 생쥐의 체중이 프탈레이트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생쥐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프탈레이트가 혈액 내 불포화 지방산의 비율을 증가시키고, 포도당의 대사를 방해하며, 대사의 핵심인 혈액 내 수용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밝혀냅니다.
콜롬비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프탈레이트가 여아의 뇌 발달과 운동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히 소근육 운동 능력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소근육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글쓰기나 전자기기 사용 등 학교 공부를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살이 찌는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입니다. 많이 먹고 운동을 덜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는 것도 식습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프탈레이트의 인체 노출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품용 랩의 경우 지방·알코올 성분이 많은 식품과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고, 100℃ 이하의 음식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또 방향제나 향수 사용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공기 중의 프탈레이트가 호흡기나 피부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기를 자주해 방향제 사용으로 인해 공기 중에 떠도는 프탈레이트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입으로 물거나 빨지 않도록 주의시키는 것도 잊지말아야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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