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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기자수첩]DLF 사태가 금감원에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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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해 금융권을 흔든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ㆍKEB하나은행의 제재 수위가 30일 결정된다. DLF 사태의 파장은 컸다. 은행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났다. 비판 여론은 들끓었고 정치권까지 칼을 겨눴다. 급기야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좌우하기까지 이르렀다.


DLF 불완전판매로 신뢰를 흔든 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기관 및 인적 제재는 필연적 수순이다. 다만 최고경영자(CEO) 중징계와 관련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은행 업무만 20년 이상 담당한 금융감독원 베테랑들은 검사국이 CEO 제재로 연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EO 관여 증거를 찾지 못할 것으로 봐서다. 예상이 맞은 듯 싶다. 검사국은 CEO 중징계를 통보하며 '내부통제 미흡', '무리한 경영압박'이라는 모호한 제재 사유를 제시했다. 지배구조법으로 제재가 안돼 시행령까지 끌어왔다.


금감원은 이날 DLF 제재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웃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책경고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무리한 제재 시도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문책경고 확정시에는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우리금융이 제재 효력 중단을 위해 법원까지 끌고 가 정면충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금융도 부담이지만 금감원도 영이 설 리 없다. CEO 연임 문제로 하나ㆍ신한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금감원에 맞서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DLF 사태는 은행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하지만 금감원에도 감독당국 몫의 과제를 남겼다. 한 금감원 간부는 "DLF 사태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경우 예전 같으면 CEO가 알아서 사임했다. 금융회사의 힘이 세지면서 버티는 형국이다. 검사국이 무리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덩치가 커지면서 '금감원 갑(甲), 금융회사 을(乙)'의 관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제재 근거가 부족해도 '아니면 말고' 식의 금감원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회사도 앉아서 수용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DLF 제재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달라진 역학관계에서 금감원이 갖춰야 할 것은 오로지 실력이다. 검사는 정교해야 하고, 제재 근거는 명확해야 한다. 확실한 명분으로 제재의 실효력까지 확보해야 감독당국의 영이 선다. 투자상품을 1년에도 수백개 판매하는 은행에 DLF 불판으로 CEO 중징계를 시도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금감원은 뛰어난 맨파워를 보유한 엘리트 조직이다. 복잡해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회사를 관리, 감독하려면 감독ㆍ검사 자원의 전문성 강화가 담보돼야 한다. 들지 않는 칼은 무용하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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